사회적 파장이 이렇게 클 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만난 지 2년 되던 날, 예쁜 카페로 데이트를 떠났다. 든든하고 맛난 메뉴가 있다며 나를 안내한 그녀.
이곳은 낯선 메뉴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감태김밥'. 감태는 부드러운 촉감과 향긋한 해초향, 참 고급스러운 맛이다. 카페에서 빵만 먹다가 밥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맛도 좋아서 열심히 먹었다.
문제는 30분 뒤에 발생했다.
정말 미칠 듯 졸음이 쏟아졌다. 부산을 향하던 길이었는데 얼른 차를 세웠다. 어제 그렇게 푹 잤는데 왜 졸릴까... 했는데 아내도 졸음이 쏟아진단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
우린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하고 쉬기로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서 목적지로 다시 향했다. 만난 지 2년 되는 특별한 날에 졸고 있을 수 없으니까. 갑자기 나는 왜 그랬을까. 잠 기운에 용기가 났을까? 고백을 했다.
그때 아내는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사실 팬데믹으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나였기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이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고 싶었다. 용기 낸 김에, 혼자서 생각했던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살 것이고, 어떻게 준비할 것이며, 얼마나 필요할지.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건넸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그녀를 감언이설로 속일 수 없다. 솔직하게, 정확하게 말했다.
앗... 감태의 힘이었을까?
졸음 덕에 그녀의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그녀는 금세 끄덕이며 나를 받아주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너'와 할 것임은 의심하지 않았다는 예쁜 말도 해준 그녀. 일단 승낙받았으니 이제 유턴은 없다.
한 마리의 치킨이 우리 집이 도착하기까지, 보통 40분이 걸린다. 하지만 내가 먹어치우는 시간은 그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의 결혼도 그랬다.
나는 그렇게 고민하고 망설였는데,
단 1주일 만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예물을 맞추고 예식장을 잡았다.
11월 19일, 예식날까지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5개월은 평범하게 결혼을 준비하기엔 정말 촉박했다..^^;
내 결혼 소식은 장안의 화제였다. (아니 왜..?)
그냥 혼자 살라며 소리치던 지인들부터... '니가 갈 줄 몰랐다', '도의적으로다가 결혼 취소해라' '아니 언니는 전생에 지구 팔았데요?', '너는 그거 다시 사 왔냐', '그렇게 하지 말라했는데...' 등등... 신선한?! 축하 세례를 받았다. 정말 조미료 하나 없이 진짜 들은 이야기다.
'결혼의 늪'으로 빠지는 중생을 구원하시던 작가님께서는 내 결혼 소식을 듣고서 '제 브런치북은 실패했습니다' 라는 글까지 남기셨다.
내 결혼이 사회적으로 이렇게 파장이 있을지 몰랐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인가.
P.S 아내는 졸다가 프로포즈를 받은 당혹함을 아직도 호소한다. 나는 그날 이후 감태를 영물로 모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