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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Dec 17. 2022

결혼직전까지 불효하기

엄마아빠 사랑해요

우리는 결혼을 준비했다.

가정을 꾸린다는 것. 생각하고 결정할 일이 참 많았다. 얼마를 모아 뒀고, 어디에 살 것인지, 어디서 결혼할 것인지 등등... 둘이서 함께 한다는 사실이 설레면서 걱정됐던 우리는, 결혼 준비를 하며 본격적으로 힘들어했다. 특히 내가.


생각했던 대출은 막혀버렸고, 준비하던 일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 귀신같이 모두가 알더라. 이쯤 되면 내가 엄청 티 냈나 보다. 준비한 계획이 실패하고 나는 다음을 준비하지 못했다. 큰 계획의 시작이 흔들려서일까. 이때 내가 실수를 한 것은 '인터넷 검색'을 계속한 것이다. 현장에 가보고, 지인들에게 물었으면 쉽게 해결했을 일을 나는 애써 붙잡고 있었다. 스스로 해결하리라며.


빚을 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내 선에서 해결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프리랜서라 대출이 쉽지 않아서 직장에 다니시는 아버지 명의로 대출을 부탁드리려 했다. 제대로 모은 돈 없이 가정 꾸리겠다는 아들을 보시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나는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거창하게 약속 시간까지 잡고 도착한 집에서, 거실에 모였다. 우리 세 사람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앉아 TV만 봤다. 무거운 분위기에 어렵게 말을 시작한 나는, 자꾸 눈물이 나려 했다. 용돈은커녕 부모님 등골 잘라가려는 아들의 눈을 본 엄마. 


눈물을 흘리셨다.


'미안하다... 엄마 아빠가 넉넉하지 못해서, 니가 힘들제.'

- '아이다 엄마, 내가 제대로 안 살아서 그렇지. 미안타'


사실 부모님은 내 결혼을 위해 정들었던 집을 내놓으셨다고 하셨다. 억 단위를 낮춰서라도 빨리 팔았으면 한다며 아들이 필요할 때 돈을 해주고 싶다고 부동산에 부탁하셨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엄마 아빠가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선, 나는 그 자리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잠시 뒤 나를 찾아온 아빠는 일단 대출서류를 먼저 준비할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어깨를 다독여주셨다. 그리고선 10만 원을 주시며 '맛있는 거 사 먹고 마음 단단하게 먹어'라고 하셨다. 결혼은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즐거운 일 보다,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일이 많다며 결혼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다.


아빠의 인생 수업이 끝나고, 나는 뿌옇게 흐려진 별들을 보며 한참 동안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나는 결혼까지 내 생각만 하고 결정하고 움직였구나.




얼마 후 아내가 전화가 왔다.

목소리로 직감한 듯, 나를 달래던 그녀.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고생했다 현실적인 부분을 챙기면서 잘 풀어보자 했다. 나를 다독이던 그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치킨을 사준다 했다. 아 비가 그렇게 쉽게 그칠 줄이야.


일은 다행히 잘 해결됐다.

부모님의 도움과 좋은 분들을 만난 행운으로 금세 끝났다. 혼자서 할 수 있다며 시간을 소비한 덕에 더 높은 금리를 만났지만, 해결한 것이 어딘가. 부모님 덕에 대출이자 부담을 정말 많이 줄였다. 11월 8일. 우리의 작은 전셋집이 계약되던 날, 온 가족이 큰 소리로 우리의 출발을 응원해주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제 누구보다 예쁘게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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