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어머나. 사..사장님! 이..이 시간에 어쩐일로?”
조금 전까지 사장 이야기를 하던 직원은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란히 앉아 있던 손님과 나도 괜스레 찔려 서로 눈치를 보았다.
“내 가게에 내 맘대로 오는데 왜요?”
사장은 예상보다 훨씬 젊은 남자였다.
훤칠한 키에 호감형 외모였으며, 풍성한 검은 머리는 헤어디자이너라기엔 다소 단정하고 수수해 보였다.
“이 시간엔 오랜만이라 반가워 그러죠~”
직원이 민망한 듯 말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어색한 분위기에 때마침 잘 됐다는 얼굴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네 진정 헤어, 아니 아니 정진헤어입니다.”
나는 그 소리를 '진정해요!'라는 말로 잘못 들었다.
“네? 그놈의 새끼가 그렇게 말했는데 또 싸움질을..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제가 지금 일하는 중이라..”
옆에서 듣고 있던 사장이 말했다.
“아들한테 가봐요. 가게는 내가 볼 테니까.”
여자는 사장의 눈치를 보더니 다시 이야기했다.
“그럼 제가 얼른 가겠습니다.”
수화기를 든 직원은 허공에 꾸벅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남편 복 없는 년, 자식 복 있을 리가 없지.”
직원은 끼고 있던 장갑을 짜증스럽게 벗어 바퀴 달린 트레이에 올려놓고는 카운터 의자에 걸려있던 외투와 가방을 챙겼다.
“사장님, 죄송해요. 우리 형님은 중화까지 끝났고 이쪽 손님은 커트만 해 주시면 돼요.”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거울을 통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직원은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미용실을 빠져나갔다. 여자가 나가자 문에 달린 종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남자는 흔들리는 종이 멎을 때까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내게 다가와 정식으로 인사하며 물었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네? 아. 저는..”
남자는 망설이던 내가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고 물었다.
“저한테 한 번 맡겨 보시겠어요?”
“...?”
나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일어나 나갈까..
하지만
유명 연예인들과 재벌가 사모님들도 줄을 섰다는 원장의 실력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죽은 박채린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때, 거울을 통해 옆자리 앉은 손님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뭔가 께름직해 보였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지.마.요. 머.리.자.르.지.마.’라며 사장이 보이지 않게 입모양으로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요 며칠 이사 때문에 초췌해진 안색 하며 푸석한 머리를 보니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럴게요. 알아서 해주세요.”
남자는 고대하던 대답을 들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잠시 기다리란 제스처를 보이곤 가게 안쪽에서 여러 종류의 가위와 빗이 수납된 벨트를 꺼내와 허리춤에 둘렀다.
가지런히 꼽힌 가위들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어 남자의 허리에서 번뜩였다.
원장은 커다란 미용 가운을 펼쳐 '탁'하고 털더니 목에 조심스럽게 둘러주었다.
“한숨 푹 주무신다 생각하세요. 금방 잘라드릴게요.”
원장 커리어에서 사고는 단 두 번이다.
지독히 운이 없어 오늘이 세 번째가 될지 모른다는 염려를 떨쳐내기 위해 미용 후 변해 있을 모습을 상상하기로 했다.
어차피 일어나 나가기에도 늦은 것 같다. 아, 아닌가. 모르겠다.
‘후..’
깊은숨을 한번 내쉬고 질끈 눈을 감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