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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Nov 05. 2018

MBA Journey - 이별하기

퇴사

2018.10.12. 회사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냈다. 가끔은 퇴사를 꿈꾸며 또 가끔은 그래도 이만한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 감사하며 다닌 지 어느덧 6년이 지나 정말 마지막 출근일이 되었다. 울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마지막 순간에 난 또 엉엉 울고 말았다.


지난 6년 간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단연 사람들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회사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한 분들과 일할 수 있었는 데, 덕분에 실수 투성이었던 사회 초년생 시절 편안하게 회사에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우리 회사는 직원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화되어있지 않았었다. 대신 입사와 동시에 바로 업무에 투입되어 직속 상사와의 1:1 교육에 모든 것을 의지해야 했는 데, 그만큼 상사 개인의 '인내심과 교육에 대한 의지'에 따라 신입 사원의 회사 적응 성공률이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다행히도 (내가 지금도 Angel이라고 부르는) K 부장님께서 나의 눈높이에 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설명을 해주시며 가르쳐 주신 덕분에, 그리고 내가 저지른 많은 실수들을 이해해주신 덕분에 보다 남들보다 편하게 업무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사실은 가장 들어오고 싶은 회사에 입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곳에서, 이 사람들을 만난 것 모두 나의 운명이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다른 직장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근무했었더라면 외부에서 보이는 경쟁력이 조금 더 높아졌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 길을 걷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조금 더 여유 있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의 pace에 맞게 미래를 설계해볼 수 있었다고 본다.


마지막 날에는 생각지도 못한 분들로부터 선물과 편지를 잇달아 받았는 데,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 조금 실감 나기도 했다. 그중 내가 가장 많이 따랐던 상사는 내 이름이 각인된 펜과 함께 유로화를 넣은 빨간 봉투를 주셨다. "별 거 아니지만 나중에 프랑스에 가서 간식이라도 사 먹어"라고 하시며. 사양 끝에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대신 이 돈은 너무 아까워서 못 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나와 같은 날 입사한 회사 동기는 학교에서 잡동사니를 넣고 다닐 때 필요할 것 같다며 공방에서 직접 만든 가죽 파우치를, 옆 팀 대리님은 내 이름을 각인한 다이어리를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프랑스 가면 추우니까 필요할 거라며 두꺼운 레깅스와 스타킹도 한 뭉치도 받았다. 


상사와 동료들 덕분에 그동안 나라는 사람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이 많이 걱정되고 긴장되지만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차장님이 꼭 기억하라고 직접 적어주신 격언이 마음에 든다 :)  


'Little minds are tamed and subdued by misfortune. But great minds rise above it. Great minds have purpose. Others have wis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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