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싫어하기로 마음먹는다는 것

by epiphany

사람은 참 묘한 존재다.


대체로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들고, 그 믿음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증거'를 모은다. 스스로에게 유리한 정황만 채집하며, 반대되는 증거나 관점은 쉽게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그렇게 생각이 단단히 굳어버리면, 새롭고 불편한 사실 앞에서도 눈을 감는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 사고의 효율성을 위한 진화적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 익숙한 사고의 틀을 유지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덜 들고, 무엇보다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는 일에는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불편이 따르고,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하고 싶은 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고의 유연성’을 훈련받지 않으면 쉽게 굳어져버린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생각이나 가설이 틀렸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오히려 그 틀림에서 방향을 빠르게 수정하며 나아갔다.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그 학습을 빠르게 적용하는 사람일수록 시행착오의 낭비를 줄이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회사에서 내가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사람 A에 대해, "이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형성된 순간부터 그 관념은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처음엔 단순히 이전 실적 보고서에서 인상 깊었다거나, 그 사람의 상사가 좋은 평가를 했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 평가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팩트’인지, 아니면 일시적 상황이나 평가자의 편향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한번 마음속에 ‘A는 유능하다’는 인상이 자리 잡히면, 이후 그 사람의 실수나 부족한 모습은 쉽게 간과된다. 반대로, A가 잘한 일은 확대해석되어 더 굳건한 믿음이 된다. 즉, 선택적 관찰과 판단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반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어떤 사람 B에 대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그 사람의 성장 가능성이나 개선된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포텐셜이 없다’는 말 한마디가 고정관념이 되어버리고, 구체적인 근거나 일화 없이 부정적인 프레임 속에 갇혀버린다.


하지만 임원이나 리더라면, 이러한 인지적 오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구체적인 행동, 명확한 사례, 함께 일하며 직접 경험한 피드백을 통해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 "야무지다", "괜찮다" 같은 뭉뚱그린 말에 의존하는 대신, 그 평가의 근거가 무엇인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판단했나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더 정확한 관찰이 가능해진다.


특히나 좋지 않은 평가가 내려졌을 때는 더 조심해야 하는 데, 사람 하나를 도태시킬 수도 있는 그 판단이 단지 ‘느낌’에 근거하고 있다면 조직도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조직은 결국 좋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리더들이 이런 오류를 범하는 장면을 종종 보아왔다. 그리고 나 역시 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동시에 다짐한다. 언젠가 내가 의사결정자의 자리에 선다면,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늘 조심하자고.

누군가를 싫어하기로, 혹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 것. 그 순간부터 우리의 눈은 편향되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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