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인

바이칼 호수에서 만난 러시아 사람들

by 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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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의 알혼(Olkhon) 섬에서 캠핑을 했다.


내가 바이칼 호수를 보고 있다니...

내가 바이칼 호수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있다니...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삶, 현재에도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짧게나마 모색한 시간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바이칼 호수를 '바다'라 부른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일광욕을 즐기고 호수에서 몸을 씻는다. 아직 샤머니즘이 남아있는 이곳의 신성한 의식이다.


텐트를 친 첫날, 하필이면 새벽부터 비가 왔다. 바람도 거세게 불어 텐트 옆면이 내 뺨을 때릴 정도였다. 행여나 텐트가 날아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안에서 사투를 벌였다. 두려움이 커졌다. 텐트가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와 중에도 소변은 마려워 텐트 문을 열고 나갔다.


텐트 밖은 평화로웠다.


텐트 안에서 나는 심각했지만, 텐트 밖으로 나와서 보니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호숫가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바람은 적당했다.


겁에 질리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못한다. 텐트 안에서 비바람이 멎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텐트 문을 열고 나갈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나무장작을 모아 불을 피워 라면을 끓여먹으려는 찰나, 덩치 큰 러시아인 두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뭐하냐고 묻길래 라면을 끓여 먹으려 한다고 하니 대뜸 한다는 말이


"NO!"


자기 텐트는 건너편 숲에 있는데 우리와 함께 가자고 한다. 나는 괜찮다고 여기에 있겠다고 하니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며 "삼숭, 삼숭!", "휸다이, 휸다이!"를 연신 반복한다. 자신의 휴대폰은 삼성이고, 차는 현대차란다. 내가 고갤 끄덕이자 순식간에 내 텐트를 뽑아 들쳐 메고 길을 안내한다. 그래 러시아 사람은 어떤지 만나보자


그 둘의 이름은 '표도르'와 '샤샤'였다. 그리고 3명이 더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코냑과 보드카를 건넸고 샤슬릭이라며 구운고기를 주었다. 어느 여행기에서 보기로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손님에게 술을 권하는데 원샷을 해야 하고, 거절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주는 거 다 마셔버리자


그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그들은 영어를 하나도 못했기에 몸으로 표현했다.


손으로 경례하는 시늉을 하고 손가락을 5개 폈다.

(저는 5년간 군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이해를 잘 못했다.


총 쏘는 시늉을 하고 손가락을 5개 폈다.

(저는 5년간 군인이었습니다.)

그들은 동시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더니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러더니 묻는다.


"노스 코리아?"


이 친구들 덩치만 컸지 순둥이 구먼, 군인을 설명하려고 총 쏘는 시늉을 했는데 그걸 총으로 다섯 명을 죽인 것으로 들은 것이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몇 분간 설명한 뒤에야 오해가 풀렸다.


"쁘렌, 쁘렌"


이제서야 나더러 친구란다. 러시아 표도르도 별거 아니구먼!


바이칼에서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지금까지 만난 외국인들 중에서 가장 편한사람이었다. 이방인을 마치 자기 집을 방문한 손님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직접 만나고, 겪어본 뒤에 판단할 문제다.


- 바이칼 호수, 러시아-
- 바이칼 호수, 러시아 -
- 러시아 사람은 거칠다는 편견을 깨다. -


- 러시아 사람들은 거칠다는 편견을 깨기엔 좀 무서운 분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