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해결되면 환자가 벌떡 일어날지도
'의대'하면 떠오르는 나의 생각을 적어보자 고등학교 때 이과반에서 날아다니던 친구들은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를 선호했었고 내가 기억하기에 집안이 살짝 여유가 있거나 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입시정보를 지닌 친구들은 의대나 생명과학과로 진학하여 설립되지도 않은 의학전문대학원 준비를 했었다. 포항공대를 갔던 친구도 결국엔 수능을 다시 쳐서 지금은 의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자기 떠오르는 전교 1등의 일화가 하나 있다.
전교 1등은 1학년 때부터 유명했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도 유명했지만 '말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영어 선생님께서 본문 읽고 해석해 봐라고 해도 일어서서 묵묵부답이었다. 우리는 이 친구의 성격? 이 이렇다는 것을 알지만 3학년이 되어 처음 이 친구를 본 영어선생님은 본인을 무시하는 줄 아셨을 것이다. 전교 1등은 과하게 꾸중을 들었고 그날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 울어서 교복의 소매가 다 젖었다. 우리 반에 재밌으면서 학우들과 사이도 좋고 공부도 곧 잘하는 친구 A가 있었다. A가 공부에도 진심이어서 전교 1등의 뒤에 앉아서 학습패턴을 따라 했다. A는 전교 1등의 공부법이 궁금하여 말을 자주 걸었고 어느 날 우리는 전교 1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쉬는 시간, 남고의 쉬는 시간은 거의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
친구 A가 전쟁통 속에서 언어영역 공부를 하고 있는 전교 1등에게 물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지문이 읽히나?"
"...... 안 들으면 돼"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귀마개다 이어폰이다 이런 건 필요가 없었다. 안 들으면 된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뜻하는 것이겠지......
'의대'는 이름부터가 멋지다. 기계공학부, 자연과학부, 정보통신공학부, 국문학과, 경영학과 몇 년 지나니 무슨 나노신소재공학과? 등등 내가 무슨 공부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느낌이 들지만 '의대'는 간단명료하다.
'의대'
대학교 동아리에서 신입생들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한 동기가 "저는 의대입니다" 하는 순간 모두가 다 쳐다보고 "아니~ 의대 다니면 동아리활동 할 시간이 별로 없을 텐데~" 하며 걱정을 해준다. 타 학부는 2학년 3학년이 되면 이 녀석은 안 나오겠구나~하고 관심이 줄어든다. 편협한 시각 쪽으로 써보았고 사실은 동아리 내에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저는 축구부입니다" 해도 다들 쳐다볼 것이다. 희소하다 보니 사람들이 으레 놀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무튼 의대에 진학한 친구들을 보면 똑똑한 머리만큼 노력도 하는 것을 보았고 그들을 인정하고 국민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며 느낀다.
의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다. 코로나 검사로 환자의 코를 후비면 5만 원씩 번다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 진단 검사 몇 개월만 하면 차 한 대 값 번다며 이런 소문이 돌았던 것 같다. 지인의 말을 참고하면 의사가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병원에 나와 코로나 검사를 한다고 했다. 의사는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덜 아픈가? 사명감일까? 돈의 힘일까?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수가’를 알게 되었고 나의 건강보험료에 대해 생각을 했었다. 건강보험이 너무 남용되는 건 아닌가? 하지만 이런 팬데믹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비상상태이니 이 정도는 필요해!라는 생각이 충돌했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벌이가 괜찮으나 이게 또 모두가 벌이가 괜찮은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왜 의사 벌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거지? 나는 아는 게 없다.
각설하고 분량은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으니 요즘 화두인 건강보험과 의대증원에 대한 현실고증을 해보려 한다.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의사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정부 측에서는 OECD 자료를 내세우며 증원을 하려고 한다. 찬성과 반대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양측 모두 동의하는 것 중에 환자의 과도한 병원진료가 있다. 최근에 아버께서 어깨수술을 하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유독 좋아하셨다. 그 이유는!
"밥 안 해서 좋다."
어머니께서도 집에 혼자 계시니 밥을 안 하시고 밖에서 김밥이며 죽이며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드시기도 하시고 밥을 안 해도 돼서 좋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즉 둘이 되면 나 편하자고 대충 먹어야지가 안 되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병원에 아주머니 환자분도 계신데 그분들도 하시는 말씀이
"퇴원하면 밥 해야 되고 며칠 더 있고 싶다~" 하신단다.
실제로 보험금이랑 뭐 이래저래 해서 입원기간을 늘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의대증원 건강보험료 인상 등의 원인은 '밥 차리기' 일지도 모른다. 리서치 업체에서는 병원에 입원하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번 해보시라 아파서 입원을 하신 건지 남편 밥 차리기 귀찮아서 퇴원을 안 하시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