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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Mar 19. 2024

눈 뜨니 낮 12시

반지하에서의 삶


 대학교를 재수를 해서 갔다. 일 년 늦게 들어가서 동기들과 혹은 선배들과 잘 지내기 위해 상당히 싹싹하게 했고 성격도 좋았다. 그래야 해서 한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났다. 때는 바야흐로 2005년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다 신입생 환영회다 개강총회다 뭐다해서 모임과 술자리가 일주일에 열 번도 넘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제법 유쾌하고 재미있는 학우로 조금 알려져 있었고 알려진 만큼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한 잔씩 하곤 했다. 하루는 성격 좋아 보이던 선배가 술이 들어가자 슬슬 꼰대기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보다 한 학번 위인 선배가 내 뒤통수를 툭~ 툭~ 치며 말했다.


 "기분 나빠?"


 "아이~ 아입니더~"


 지금 성격 같았으면 그 선배 머리 한대 세게 때리고 냅다 줄행랑쳤을 텐데 그때의 나는 정말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선배는 빠른년생이라서 나이로 치면 나보다 한 살 어렸다.


 이 기억 때문일까? 나의 본래의 성격일까? 한 해가 지나 나도 선배가 되었고 신입생이 들어와 신입생 환영회를 했다. 내가 앉은 뒷 테이블에 삼수를 해서 온 후배가 있었다. 괜히 눈길이 갔고 옆에 앉았다.


 "안녕하십~!!??"


 후배가 인사하는 걸 막고 어깨동무를 하곤 말했다.


 "야! 우리 친구다. 그냥 바로 말 놓자!"




 그 해 여름 나도 그 친구도 군대를 다녀왔고 2년이 지나 비슷한 시기에 복학했다.


 "ㅇㅇ아 자취 같이하자"


 그래서 우린 함께 집을 구하러 다녔고 군대를 다녀온 보통의 복학생들처럼 집에 손 벌리기 싫어 가장 저렴한 곳으로 구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보증금이 50? 정도 했던 것 같고 월세가 20인가 25였다. 그곳은 빌라의 반지하였고 잠만 자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충분했었다.


 첫째 날, 자도 자도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몇 번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휴대폰 폴더를 열어 시계를 확인하니 12시다. 엥? 잠만 자면 된다고 생각하고 방을 구했는데 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생각을 했어야 했나?


 둘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불투명 창문으로 희미하게 해가 드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 빛은 우리를 깨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우린 수업 정정기간에 오전수업을 모조리 빼버렸다.


 그곳은 신비로운 곳이었다. 안방에 주인 할머니께서 계셨는데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사셨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면 이상한 토악질의 역겨운 냄새가 났다. 현관문을 열 때면 그 특유의 고약한 냄새에 기분이 불쾌했고 이 냄새는 점점 우리의 섬유 속으로 스며들었다.


 내 머리 위에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 게 이때가 처음이다. 아파트 위층의 발자국 소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치 땅 속에서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면 우리의 신경은 창문으로 향했다. 창문에다 물을 따르는 것 같았다. 어떻게 나는 극복을 해내어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을 했지만 친구는 끝까지 극복을 하지 못하고 맨날 잠만 잤다. 그래서 그 친구의 별명을 '시체맨'이라 지어주었다. 지금도 전화를 걸면 "시체맨~"하고 부른다. 나는 기타를 자주 쳤어서 시체맨은 나를 "기타맨~"하고 부른다. 그래도 20대 청춘이었던지라 누구라도 한 명 알바비 받아오는 날이면 '피자스쿨'에서 피자 한 판 사 와서 맥주도 한잔하고 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우린 학교에서 조금 멀어지더라도 지상에서 살겠다는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고 우리는 반지하에서 지상 2층으로 이사를 했다. 중고가전을 파는 시장에 가서 세탁기도 사고 냉장고도 샀다. 이 정도면 거의 뭐 혼수였다. 시체맨의 본가가 서울이라 가끔 어머님께서 오셔서 밑반찬이며 카레도 해주고 가시고 동기나 선배들도 가끔씩 놀다가기도 했다. 잠깐! 반지하에 살았을 땐 사람들이 오질 않았다.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 묻지도 않았다! 우리가 반지하에 산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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