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버린 쓰레기는 기억 못 할걸?
지지난해 6월 말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할 무렵 이사를 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무언갈 사는 성격이 아닌지라 짐이 얼마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경차의 뒷좌석을 떼어내고 3번 정도 옮기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6~7번에 나누어 겨우겨우 이삿짐을 옮겼다. 심지어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더 이상 쓰지 않을 것 같은 옷이며 잡동사니를 많이 버렸음에도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걸 그동안 지니고 살았다. 이사를 하면서 내가 버린 물건은 얼마나 될까? 무게로 어림잡아보면 10kg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지구상의 모든 이가 각자 한 칸씩 옆으로 이사를 간다면?’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약 80억이니 세상사람 모두가 동시에 이사를 간다면 1인당 10kg씩 80억 명이므로 800억 kg의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다! 숫자로만 보면 와닿지가 않으니 돼지로 비교를 해보자! 다 큰 돼지 한 마리가 200kg이다. 800억 kg을 200kg으로 나누면 400,000,000(돼지 4억 마리)이다.
오늘 우리가 버린 생활쓰레기를 보자. 내가 버린 건 일일이 기억을 못 하니 버린 것을 수거한 양을 기준으로 하겠다. 내가 살고 있는 ㅇㅇ면으로 예를 들어보면 ㅇㅇ면에 매일 운행하는 청소차가 4대가 있다. 하얀 비닐의 종량제봉투를 수거하는 가연성 수거 차량 2대와 플라스틱, 캔, 병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재활용 수거 차량 2대이다. 각각 5톤씩 적재할 수 있는 트럭으로 하루에 차 한 대당 가연성은 4톤, 재활용은 1.5톤 정도 수거하므로 각각 2대씩이니 하루에 11톤(11,000kg)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최근 조사한 ㅇㅇ면의 인구가 1만 2000명이므로 1인당 대략 1kg의 쓰레기를 매일 버린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음식물쓰레기, 대형폐기물(TV, 세탁기, 냉장고, 소파, 침대, 매트리스, 서랍장, 장롱 등등), 스티로폼, 박스 등 사실 당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주인의 눈 밖에 나는 순간 다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이다. 인간은 필요할 때는 애지중지 아끼지만 더 이상 필요를 느끼지 않을 때 죄다 버린다. 물건도 사람도
세상이 쓰레기 처리에 과부하가 걸리 듯 내 머릿속에서도 과부하가 왔다. 지금 떠오르는 것 한 가지에 대해서만 써봐야겠다.
"여러분 더 이상 설거지 안 하셔도 됩니다. 한 번 쓰고 버리세요!" 플라스틱 신드롬 이후 태평양에 플라스틱 섬이 생겨버렸다. 사람은 편함을 느끼는 순간 그 형태는 유지되는 것 같다. 그래서 플라스틱과 같은 사람이 편하다고 느끼는 쓰레기가 나와선 안되는데...... 쓰레기 량으로 봐선 나온 것 같다.
'로켓배송'
대게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날 선물용으로 과일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명절 전후로 1주일가량 박스 배출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매일매일 박스와의 전쟁이다. 박스는 폐지 수거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폐지 가격도 무슨 주식처럼 올랐다 내렸다 해서 1kg 당 몇십 원 수준이면 기름값도 안 나오기 때문에 수거를 하지 않으신다. 정부에서 1kg 당 보조금을 지원하더라도 부족한 시기가 있다. 박스삼춘께서 안 나오시면 우리가 수거를 하는데 요즘엔 나오셔도 우리가 수거를 해야 한다. 격일도 하다가 이제는 매일매일 하고 있다. 박스량이 점점 늘어나는 걸 업무량으로 느낀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일터에 나가면 박스수거함이 종이를 토해내고 있다. 가끔은 확 불 찔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누군가 진짜 불을 질러버렸다. 그날 비가 왔었는데 담배꽁초를 버린 게 고인 물을 타고 박스 쪽으로 다가가 불이 났었다.
종이는 재활용을 하면 또 종이가 될까? 재활용률이 떨어지면 태워버리면 되니 플라스틱만큼의 환경오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버려진 플라스틱이 태평양에 쓰레기섬을 만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이의 처리가 간단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쓰레기 중 가장 번식력이 빠른 녀석이라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기 전에 선제적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