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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Mar 26. 2024

코 수술을 했다

조금 비뚤비뚤해진 것 같지만 괜찮아


 지난주 드디어 장롱에 맞아 부러진 코뼈 수술을 했다. 수술은 환자들이 많이 빠진 11시 반부터 병원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한다고 했다. 먼저 내 콧구멍에 마취제를 적신 솜뭉치를 쑤셔 넣었다. 나의 콧구멍에서 정수리까지의 길이가 10cm라고 한다면 15cm까지 밀어 넣는 느낌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수술이 진행되었는데 양손으로 잡은 팔걸이를 뜯을 뻔했다. 그리곤 콧속으로 마취주사를 놓는 듯했다. 주사가 타카(공업용 스테이플러)처럼 느껴졌다.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시는데 올라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마취제가 뇌까지 당도했나 보다. 마취될 때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얼얼해요?"


 "감각이 없는 것 같긴 해요"


 "피가 많이 날 수도 있어요"


 녹색 천으로 얼굴을 덮고 콧속으로 막대기 같은 걸 넣으시더니 내 코를 잡고 어디로 끌고 가려하신다. 무슨 가축시장에 팔려가는 소처럼 코뚜레에 온 힘이 쏠린다.


 "할만하죠? 이렇게 하면 돼요"


 "어...... 어......" 나는 횡설수설했다.


 한 번 더 콧속으로 막대기를 넣고 바깥쪽으로 당겼다. 그리곤 알코올을 적신 솜뭉치를 엄청 쑤셔 넣었다. 마술사들이 입에서 형형색색의 끈을 내뱉는 마술을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코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술쇼를 하기에 충분한 양의 솜뭉치를 콧속에 집어넣고 집으로 왔다.


 거울을 보니 머리가 덥수룩하다. 시골이라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면 길게는 한 달가량 기다려야 하는데 아무 미용실이나 가도 괜찮겠지만 시골에서 상호명이 '서울미용실' 같은 곳에 갔다간 김포공항 입국심사에서 입국거절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틀간 마술쇼를 위해 콧속에 솜뭉치를 넣고 생활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평상시 입으로 하는 호흡도 문제거니와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컥! 컥! 하면 위험하다. 뭔가 재채기도 크게 했다간 솜뭉치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괜히 재채기 크게 했다가 코뼈가 다시 무너지진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당연히 그럴리는 없겠지만 재채기에 갈비뼈 골절된다는 말을 되새기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에서 물이 많이 나올 거라 했는데 콧물인지 알코올솜에서 나오는 액체인지 밥 먹을 때 입을 크게 벌리면 콧속이 압축되어 물이 밥그릇으로 줄줄 흘렀다. 나 무슨 벌칙 받고 있는 건가?


 이틀이 지나 콧속의 솜을 빼러 갔다.


 "으~이~"


 의사 선생님의 눈엔 마술쇼처럼 보였을 것이다. 뭔가 엄청난 것들이 솜뭉치 끝에 딸려 나온 것 같다. 아~ 너무 개운하다. 병원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삼양검은모래해변이 나왔다. 검은 모래에 철? 성분 같은 게 많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해변에 맨발로 걸으시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약간 종교행사처럼 보여서 처음엔 움찔했다. 바닷가에서 콧바람 쐬면서 멍~ 때렸다. 지금까지 병원에 갔던 횟수와 이번 달에 병원에 간 횟수가 얼추 비슷할 것 같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서서히 내 삶과 가까이 있는 것들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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