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오후 1시. 어린이집 문을 열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아기 살 냄새,조리 중인 음식 냄새, 플라스틱 장난감 냄새와 함께 환기가 덜 된 갑갑하고 찌뿌둥한 공기의 결이 느껴진다. 실은 내 마음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내 품에 안긴 춘이의 눈썹, 머리카락, 옷에 그 냄새가 배어있다. 매번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내 얼굴은 잿빛이 된다. 태어난 지 두 돌도 되지 않은 내 딸이 기관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 편하자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복도에서 놀고 있는 춘이가 저 멀리서 보인다. 유리창 너머로 선생님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딸이 보인다. 내 눈길이 뜨거웠는지 금방 나를 발견하고는 팔짝팔짝 발을 구른다. 팔을 휘저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하루 중 춘이의 가장 기쁜 표정을 볼 수 있는 순간이다. 뒤집어 말하면 봄이가 하루 중 가장 노력하고, 애쓰고, 견디고, 적응하는 시간이 어린이집 시간인 것이다. 부단히 애쓴 후 안기는 엄마 품.
찰박찰박 부드럽고 폭신한 발바닥 소리를 내며 나에게달려와 안긴다. 강아지처럼 뱅글뱅글 어린이집 안을 돌아다닌다. 아기 흉내를 내며 기어 다니기도 하고 느닷없이 점프를 하기도 한다. 춘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항상 사랑으로 가르쳐주시는 담임선생님께서는 춘이에게 "엄마가 오니까 좋아요?" 하며 웃으신다.
적응.
포기.
단념.
느닷없이 세 낱말이 돌아가며 내 머릿속에 떠다닌다. 담임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는 별개로.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에 적응을 한 것일까? 적응이 맞을까? 혹시 포기나 단념은 아닐까? '적응'이라는 단어를 갓 돌이 지난 우리 아가에 감히 써도 되는 것일까? 물음표가 찍힌다. 신규 엄마는 슬픔의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