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팥쥐아재 Nov 12. 2021

다산의 기운인가?

아이 갖고 싶은 분은 우리 집으로!

첫째가 곤충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곤충이 보이면 첫째를 먼저 찾는다. 어쩔 때는 풀숲만 보여도 어떤 곤충이 있나 찾아보기도 한다. ^^;; 며칠 전 장모님께서 사마귀를 잡아 주셨다. 전부터 키우던 사마귀와 함께 키우기는 어려웠고(보통 암컷은 산란기가 되면 영양보충을 위해 수컷을 잡아먹기에 ㅠㅠ) 결국 한 마리를 풀어주기로 했다. 아이의 선택은 새로 잡은 참사 마귀 암컷! 전에 데리고 있던 사마귀를 풀어준 이유는 이제는 자연에서 마음껏 지내기를 바라고, 짝을 만나 번식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이었다. 아이 판단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ㅎㅎ


새로 집으로 온 암컷은 이미 짝짓기를 완료했는지 배가 점점 불러왔다. 그만큼 식욕도 왕성해져 먹이 공수를 위해 온 풀숲을 헤치며 돌아다녔다. ㅎㅎㅎ 어느 날 사마귀가 자리를 잡더니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얀 거품을 내며 알집을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아쉽게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시간이라 직접 보지는 못했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여주었다. 알집이 마른 후에는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하루 정도 지나니 색이 진해지고 압축 스티로폼처럼 딱딱해졌다. 건물을 지을 때 내장재로 단열재가 들어가는데 딱 그것과 같아 보였다(이놈의 직업병 ㅋ). 외부 충격과 열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한 완벽한 모습이었다!! 아마 내년 봄이 오면 부화하겠지? 아이는 당연히 부화할 때까지 사마귀와 알을 돌볼 거라 했고 나도 자연스레 함께 하기로 했는데, 아내님이 화들짝 놀란다. 사실 저 조그마한 알에서 백여 마리의 아기 사마귀가 나올 예정이라 공간도 공간이지만 사육을 위한 먹이(밀웜) 문제가 가장 마음에 걸리나 보다. ㅎㅎㅎ


참사마귀 암컷은 컨디션이 좋으면 세 번 정도 알집을 만든다고 한다(아이 덕분에 내가 곤충박사가 되어 간다). 지금 상태로 보면 한두 번은 더 낳을 거 같은데 상황을 보고 풀어줄지 아니면 계속 사육할지 결정하려고 한다(이미 나와 아이는 사육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아내님은 어떻게든 설득해 봐야지 ㅋㅋ). 매일 먹이를 잡아주고 집 청소를 해줘서 그런지 사마귀가 우리를 알아보는 것 같다. 예전 넓적사슴벌레를 키울 때도 느낀 거지만 곤충들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엽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나도 조금은 동심으로 돌아가는가 보다. ^^


 모든 가정에도 늘 행복 가득하시길! 고마워. 사랑해. 축복해. ^^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를 위한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