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관찰하기
오랜만에 처가댁 식구들과 외식을 했다. 남양주 변두리에 위치한 오리/닭백숙 전문점인데 맛이 괜찮아 가끔 찾고 있다. 식당 앞쪽으로 너른 논이 있는데 어느새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벼메뚜기가 많을 거 같다며 밥을 먹은 후 곧바로 논가로 달려갔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벼메뚜기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녔다. 간간히 여치도 눈에 띄었다. 누가 더 큰 메뚜기를 잡는지,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또 누가 새로운 곤충을 잡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양 앞다투어 잡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채집통 안은 메뚜기로 가득했다. 사육하고 있는 사마귀 먹이가 풍부해졌다며 좋아하는 첫째는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다시 풀어주었다.
채집하는 도중에 다리가 끊어진 메뚜기가 있었는데 한참 동안 관찰했다. 메뚜기 뒷다리 허벅지 부근(?)은 마치 속이 빈 쿠션 같았다. 첫째는 왜 근육으로 채워지지 않고 비어있는지 궁금해했다. 골똘히 생각하다가 새처럼 날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하려고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속이 비어있음에도 펄쩍펄쩍 잘 뛰는 메뚜기가 더 신비하게 느껴졌다. 매번 보던 메뚜기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걸 아이를 통해 깨달았다.
둘째도 제법 곤충을 잘 잡는다. 예전에는 힘 조절을 못해 곤충들이 짜부라지는 경우가 있었는데(ㅠㅠ) 이제는 꽤나 능숙하게 다룬다. 자연스럽게 높은 곳으로 오르는 사마귀가 어깨를 지나 머리 위로 올라가자 조금 겁내며 떼어달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메뚜기나 방아깨비는 자주 보았어도 여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나도 손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곤충들보다 더듬이가 상당히 길었다. 여치의 노랫소리를 기대했으나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개미들한테 구박을 많이 받았나 보다.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산과 강,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노는 걸 정말 좋아한다. 덩달아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연은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그저 감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