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더 큰 고통을 겪는 이주민들
최근 가톨릭신문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는 9월27일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시대’ 더 큰 고통을 겪는 이주민들>에 대한 특집기획을 다루었다. 다음은 관련 기획기사 및 기고문을 요약 정리한 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27일 제106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피신하셔야 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국내 실향민을 환대하고, 보호하고, 증진하고, 통합하기’를 주제로 담화를 발표했다. 교황은 특히 “눈에 잘 띄지 않는 국내 실향민의 처지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지구적 위기로 더욱 악화되었다” 며 “다른 많은 시급한 인도적 위기들이 과소평가되고, 인간생명을 구하기 위한 근본적이고도 시급한 국제 원조와 계획들은 국내 정치 의제들 다음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은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선 후, 매년 증가해 2019년 10월 기준 248만 명을 초과했다. 전체 인구 대비 약 6%인 300만 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수치상으로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상태이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이주민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2018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수용성 점수는 52.81점으로 2015년 대비 오히려 낮아졌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민들의 마음이 얼어 붙으면서 국내 이주민들에 대한 경계와 차별이 더욱 심해졌다는 우려 속에 이주민들 스스로가 접근을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관계자는 “(이주민들이) 코로나-19에 걸리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더 크게 받고 쫓겨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려움에 숨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에 확진된 이주민은 극소수인데 이는 그만큼 한국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단절되어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동남아 등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은 오해와 편견, 경계와 차별 속에서 언어 한계로 인한 고립, 의료보험 적용문제, 해고 등 코로나-19로 인한 현실적인 고통을 겪으며 최소한의 생활비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이광휘 신부는, 코로나-19 여파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약한 고리들부터 끊어 버립니다.
미등록 외국인,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과 같은 정부 지원도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민들은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참고로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 지위 신청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은 전 국민에게 지급되었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이집트로 강제 피신하셔야 했던 예수님께서 ‘이주민’의 표본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인 ‘이주민’의 상황을 파악하고 돕는 것이 각 나라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고, 그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이웃과 버림 받은 수많은 이들과 우리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한다”고도 말하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이광휘 신부는 서울주보 기고문에서 올해 이민의 날 주제 성구가 “모든 이를 차별 없이 환대하는 것은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요한1서 4장8절)”로 정해졌음을 알리며, ‘이러한 차별 없는 환대와 사랑의 실천으로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줄 때, 그들도 우리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