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사건’은 내가 어느 회사를 가든 꼭 꺼내게 되는 이야기다. (점심시간 수다타임)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이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꼭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이 널 키우느라 진짜 힘드셨겠다.”
“너는 나중에 꼭 너 같은 애 낳아봐야 해.”
때는 고등학교 1학년.
유난히 두발 규정이 엄격한 여자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늘 긴 머리만 고수해온 나에게,
“단발로 잘라오라”는 학교 규칙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처음엔 몇 번이나 미용실 예약을 취소하고 도망쳤다.
하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그래, 가발을 쓰면 되잖아?”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인터넷에서 가발을 하나 샀다.
머리에 억지로 씌운 채, 미용실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이거… 단발로 자연스럽게 잘라주세요.”
가발이긴 했지만, 마음만은 진지했다.
그리고 다음 날,
두발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선생님 앞에 섰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른 학교로 보내줄까?”
...응?
거울을 봤다.
이마와 가발 사이에 괴상한 공간이 생겨 있었고,
머리를 억지로 우겨넣은 덕에 내 머리는 삐죽삐죽,
나는 거의 코미디에 나오는 변장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정색하며 전학 이야기를 꺼냈고,
그날 오후, 나는 울며불며 머리를 잘랐다.
귀 밑 3cm, 칼단발.
그런데, 막상 자르고 보니
긴 머리보다 단발이 훨씬 잘 어울리더라.
그날 이후,
나는 지금까지 단발머리로 살고 있다.
역시 해봐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