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오도 Aug 07. 2021

집 나간 댕댕이가 집을 찾는  방법

엘리베이터 타는 개

1. 중국에서 이십 년째 살고 있는 분이 들려준 중국  이야기. “ 말도  되는 구라야” 하면서 시큰둥한 그가  설명은 이렇다.  


혼자(!) 외출 나갔던 개가 아파트로 돌아온다. 계단 대신 영리하게 엘리베이터 옆에 서 아는 얼굴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아는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 같이 올라탄다. 그 사람은 개가 내려야 할 층을 자연스럽게 눌러주고, 개는 정확히 자기 층에서 유유히 내린다. 내게 이야기를 해준 분도 처음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아서 일부러 아무 층이나 막 눌러 개들을 헷갈리게도 해 봤다고 한다. 그러나 개들은 문이 열린다고 무작정 내리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정확히 자기 내릴 곳에서 내리더란다. 사람 알아보고 따라 타는 개나 개 얼굴 알아보고 층수 눌러주는 사람이나 참 평등하고 다정도 하지..


이 분이 들려주는 초고층 아파트의 삶의 풍경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초고층 원통형 아파트 복도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뭔 말인가 하면, 주민들이 아파트 복도를 마치 시골 앞마당처럼 생각하여 현관을 활짝 열어 놓고 살면서 시시 때때로 복도 바닥에 모여 앉아 있고, 제집처럼 옆집을 드나드는 것은 물론 개들이 복도를 막 돌아다녀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이 없단다. 시골과 도시의 삶의 절묘한 콜라보! 이런 상황이니까 개들이 혼자서 외출하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그럴 수 있겠지. 엘리베이터 혼자 타는 개라니, 어딘지 동화같이 않은가?


2. 큰 개 두 마리를 기르던 내 친구는 어느 날 외출했다 돌아왔더니 마당 목련나무에 묶어 두었던 개 한 마리가 사라졌더란다. 온 동네를 뒤졌지만 찾지 못해 개장수가 끌고 간 것으로 생각하여 포기하였는데, 어느 날 딸의 친구가 동네 소방서에서 붙인 전단지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고 한다. 전단지에는 “개 주인 찾음”이라고 쓰여 있는 제목 아래 친구네 개가 처량하게 웃고 있었다. 소방서에서 집 나온 개를 데리고 돌보다가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개 사진을 걸어 놓고 개 주인을 찾았던 것. 내가 살면서 개 찾는 전단지는 숱하게 봤지만 개가 주인 찾는 전단지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 “개 주인 찾음” 문구 아래 백구의 눈빛도 당황스러워 보였다는.. 하긴 꼭 개 주인이 개를 찾으란 법은 없잖아. 개도 주인을 얼마나 찾았겠어. 동네 소방관님들의 재치와 다정함이라니.


3. 위 이야기와 반대로 개 주인이 개를 찾다가 벌어진 이야기도 있다. 친구의 친구가 개를 잠깐 잃어버려서 온 동네에 무지막지하게 많은 수의 개 찾는 전단지를 붙였다. 평소에 개랑 다니던 길목과 공원마다 개 얼굴 사진을 칼라로 넣은 전단지를 다 붙였고 얼마 후 다행히  개를 되찾았다. 그 주말 친구가 개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나갔는데 공원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친구 개 앞으로 몰려들면서 아는 체를 하더라는.


 “너 집 나갔던 개 아니니? 집으로 왔네!”


개 찾는 전단지를 본 동네 주민들이 하나같이 개 얼굴을 알아보고 잃어버린 아기를 찾은 것처럼 기뻐해 주더라는 이야기. 집 나갔다가 얼결에 동네 스타 된 댕댕이!  집 나간 댕댕이 얼굴을 기억해 주는 동네 사람들, 참 예쁘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언제나 매료된다. 어디 더 재미난 개 이야기 아시는 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