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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도 Sep 02. 2021

이상 마음청에서 알려드렸습니다.

마음 예보



“아침 출근길, 오랜만에 마음이 목련꽃처럼 환하고 우아하겠습니다. 오후 들면, 꽃그늘이 짙어지면서 다소 울적해질 것으로 예상되니 아침 시간의 밝음을 충분히 즐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계절 증후군을 보이며, 당분간 우울모드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미리미리 우산, 아니 좋아하는 당근 케이크 한 조각과 밀크티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상 마음청에서 알려드렸습니다!”       


‘마음청’ 같은 곳이 있어서 기상청의 일기예보처럼, 내 마음 상태를 아침마다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일기예보를 보고 트렌치코트를 입을지, 캐시미어 카디건을 걸칠지를 정하듯, 마음 예보를 보면서 그날의 마음에 입힐 옷도 살짝 미리 결정한 후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타인의 감정은 고사하고 내 마음도 읽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마음의 출렁임을 무시하고 아침이 오면 불평 없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무념하게 밥을 먹고 고양이처럼 웅크린다. 반복되는 날들 속에 주인 잃은 마음은 저 혼자 열심히 감정의 실타래만 짓는 듯하다.


감정이란 것이 주인이 매정하면, 그대로 돌아서서 떠나가면 좋으련만, 미련하게 어디 몸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작은 흔들림에도 엉클어지고 일그러진다. 동백꽃잎처럼 붉고 부드럽던 것이 탱자나무 가시처럼 날카롭게 된다.


그러니까, 마음 예보 같은 것이 있다면,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내 마음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서, 어루만져 달래도 주고 혼내도 주면서 얄궂은 엉킴을 예방해 보고 싶다.


그러다가, 마음 한구석에 쌓아둔 분홍색 실타래 몇 개 건져 올려 살구꽃처럼 어여쁜 옷 한 벌 떠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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