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는데, 정다운 방과 후(공동육아 조합)야 말로 우리 아이를 키워낸 마을이었다. 경력단절 없이 아이를 키우며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 조합의 품 넓은 엄마들 덕분이다. 아이 키울 때는 사는 게 바빠서 잘 못 느꼈는데, 요즘 들어 그때 함께 해 주신 분들이 더욱 감사하다.
함께 모여 아이들을 키웠던 육아 협동조합원들 중에 아이들이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한번 더 힘을 합하여 동네 도서관을 만들었다. 스무 명 남짓을 엄마 아빠가 모여 만든 동네 도서관, 느티나무는 어느새 10주년이 된다고 한다. 그 사이 학부모에서 대부분 졸업한, 오십 대를 바라보는 엄마 아빠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꽁냥꽁냥 둘러앉아 무언가를 끊임없이 도모한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가을 숲의 다람쥐가 생각난다. 입이 터질 듯 도토리를 머금고 열심히 또 다른 도토리를 찾아다니는 갈색 줄무늬의 다람쥐들. 녀석들은 그렇게 열심히 도토리를 찾아서 숲 속에 숨겨 두지만 사실은 숨겨둔 장소가 너무 많아 그중에 아주 조금만 찾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언뜻 어리숙한 욕심처럼 느껴지는 다람쥐들의 도토리 숨기기는 다람쥐들의 의도가 어떻든 덕분에 숲은 번성할 수 있다고 한다. 땅속에 파묻어 놓은 수많은 도토리들은 썩어 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그중 몇 개는 싹을 틔우고 겨우겨우 살아 남아 작은 나무가 되고, 또 그중 몇 뿌리가 겨우겨우 살아남아 듬직한 나무가 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다람쥐들의 ‘헛일’이 떡갈나무, 졸참나무·물참나무·갈참나무가 되어, 이름에서도 사부작사부작하는 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움 참나무 숲을 이루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학부모들이 처음 만든 육아 공동체의 이름은 도토리였다. 도토리를 키우는 공동육아 조합의 학부모들, 그 어른들이 키우는 도토리들로 인하여 행신동 일대는 언젠가 아주 멋진 참나무 숲을 이룰지도 모르겠다. 도토리를 숨기는 다람쥐가 참나무 숲을 꿈꾸지 않는 것처럼 그냥 묵묵히 도토리를 숨기는 마음을 그들에게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