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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oo Kim Jul 16. 2020

[번역] 잠으로의 초대

L'Invitation au Sommeil

I


한때 단지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한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다. 그의 인생의 황금기였다.


저녁 정찬이 끝났다. 식탁보를 냅킨으로 훔치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반 잔(남은 커피)을 들이켰다. 아버지는 혼자 커피를 마셨는데 사치와 욕구 때문이 아니라 늦게까지 깨어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온 가족이 원탁에 둘러앉은 앞에서 그의 모카를 빨고 있을 때-물론 작은 조각이다!-, 마흔 살에 땅딸보에 여전히 생기있고, 자상하고 똑똑하고 믿음직한 개가 바라보듯 지속적으로 남편을 돌아보는 어머니는 일감을 위해 바구니를 가져왔다. 연년생에 순수하게 이쁘고 같은 천에서 오려낸 드레스를 입고 올곧고 평평한 헤어밴드를 하고 지참금 없이 결혼 안 할 세 자매는 행커칩을 재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높은 의자에서 4절지의 루아요몽 성서로 양육된 막내 벤자민은 카드로 집을 만들었다.


7월, 긴 낮이 연이은 날, 램프는 가능한 한 늦게까지 켜져 있었고, 그리고, 열린 창문을 통해, 그들은 여름 저녁의 폭풍우 치는 하늘이 화난 구름을 동반한 것을 보았다. 허약한 천장은 노을의 용광로 속에서 금빛으로 조각조각 벗겨지고 있었다.


저녁 이후 곧바로 이렇게 쓰는 건 소화에 아주 안 좋아서, 그들은 아빠에게 조금 이야기를 시켰다. 그래야 그가 저녁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을 늦추기 때문이다. 저녁 작업이란, 이웃의 기업가를 위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6시에 자서전을 옮겨적는 것이다. 고학생, 꿈을 꾸던 사람, 문예 영혼, 한때 학생 서재에서 헬레네를 칭송하는 시를 쓰던 사람은 부주방장이 될 희망을 잃고 저녁 내내 기술 용어를 옮겨 적었다. : “자물쇠를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문을 열어 둔다, 등등등”


그러나 한순간 그는 아내와 딸들과 수다 떨기를 잊었다.


기분 좋게도 겸허한 가정에서 만사가 비교적 잘 굴러가고 있었던 덕분이다. 생 쉴피스 교구의 자애로운 하나님의 상인이 가장 오래 된 위대한 (그럴듯한)이야기를 요청했는데, 예술가의 “영국인의” 금발이 살롱 카레의 모든 도제들을 꿈꾸게 했고, 파스텔로 그린 그녀의 “녹색 방석의 성모”에 50프랑을 지불하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둘째로 레옹틴이 그녀의 “보첼리니의 미뉴에트”를 하루 종일 ‘그렸다’는 이야기였다. 가장 나이가 어린 뚱뚱한 루이즈, 그녀는 단호하게도 교태만 생각했다. 그녀가 (만약 8월 15일에 봉사료가 있었다면)작은 모자를 길가의 나룻배의 여성용 모자공의 것처럼 리폼하는 이야기를 한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니다!


--“루이스, 내 딸아,” 아버지가 외쳤다.

“스페인에서 모자를 만들려무나!”


그들은 박장대소했다.


하지만 엄마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봉사료를 받았으면 그녀는 쁘띠 생 토마스에서 좋은 재질과 넓은 폭의 메리노 양모를 보고 “이걸로 아씨들 겨울 치마를 짜드리죠” 했을 것이다. 덧붙여 근엄하게 “전부 양털이다!” 라 말했을 것이다. 만약 목화가 존재하지 않았으면 그 때문에 수천의 흑인들이 수 세기 동안 노예가 되어 고통 받지 않았을 것이다.


방 안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별안간 아버지는 아들이 막 잠들었다는 걸 눈치 챘다. 무너진 카드 더미 속에서 팔베개에 머리를 배고 있었다.


“오오! 오오!” 자애로운 남자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잠귀신이 지나가셨군.”


 정말이지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 아이를 이젠 회색 머리가 된 그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팔에 안았고 그는 잠든 이마에 아버지의 거친 턱수염과 세 누나의 풋풋한 입술이 차례차례로 머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기분 좋은 피곤함과 함께 작은 머리를 어머니의 어깨에 떨구고는 어렴풋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아가!” 속삭임이 귓가에 다가왔다.


“이제 자 볼까요?”



II


이십 년 후 남자는 신인 시인, 운문 지망생이 되었다. 그는 그의 사랑스러운 마리아, 꼬레주의 성모상을 닮은 여성 모자공이자 아마 영국인인 사람과 시골 여행을 하고 있었다.


도착하고서 대중교통 차량에서 내리고 가벼운 짐을 여관방에 들여놓고, 그들은, 남자와 여자는 액자에 끼워진 장인 자격증, 항아리 아래 오렌지색 꽃의 다발, 큰 보트 모양 침대 그리고 무굴인이 코끼리 위에서 담뱃대를 문 그림이 무한대로 이어진 벽지를 보고 웃었다. 그러나 창문을 열고 전경을 둘러보자 눈앞에 축축한 녹음이 풍기는 숲길이 밤나무를 따라 한길로 이어진 것을 보고, 그들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파리 사람의 열정이 이끄는 대로 자연 앞에서 그들은 서로 프렌치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틀간 – 6월 중 이틀간 무더위와 욕탕의 습기와 짧은 소나기를 맞으며 – 그들은 거기서 지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작을 팼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창문을 약간 열어놓은 바람에 방울새 소리에 깨기도 했다.


그들은 아주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과거를 전부 잊고 마치 줄곧 이 투박한 공간에서 지내온 것 같았다. 여자는 그 정신 나간 산책길에서 돌아오며 예쁜 금발을 흩뜨리고 침대커버 위에 파라솔을 두고 항아리 위에 오렌지색 꽃과 자신의 예쁜 회색 천 모자를 장식하는 등 사적인 징표를 남겨 놓았다.


남자는 이미 교제 경험이 있었지만 이 여자는 진정 처음으로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풀어 주고 신뢰했다. 달콤하고 조용하고 사랑스럽고 너무나 귀여운 그녀는 다정함이 깃든 영리한 눈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미쳐 있었다, 그녀가 내뿜는 싱그러운 냄새에 미쳐 있었다, 그녀의 아이 같은 언동에, 생각에 잠겼을 때 찡그리는 현명하고도 진지한 입가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나 순수하게 그를 사랑했고, 그가 이틀만 그녀를 안 보면 그에게 큼직하고 어설픈 손 글씨로 편지를 썼는데, 그 사랑스러운 글자들에는 감정과 철자 오류가 가득했다!


남자는 이러한 좋은 순간을 즐기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해 왔다. 그가 그럴 수 없었을 때부터 말이다. 왜냐? 자유는 드물고, 이 은색 괴물이 언제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둘 다 스스로에게 좋은 시간과 신선한 공기를 주었다. 그들은 카퓌생 꽃이 핀 정자 지붕 아래서 아주 하얗고 거친 농부의 직물에 누워 프라브라드 소스를 뿌린 아티초크를 먹었고, 찌꺼기가 떠다니는 포도주를 목이 칼칼하도록 마셨다; 그들은 주로 잡목 아래서 무턱대고 달렸는데, 거기서 여자는 블랙베리와 산딸기를 주워 먹었고, 또 거기서 남자는 테오크리토스의 양치기와 일요일의 보바리 부인의 캘리코처럼 주머니칼로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에다 자신과 마리아의 이니셜을 새겨 놓았다.


그러나 이 달콤한 시간들의 가장 달콤한 순간들 – 사오십 년 후 쁘띠 프로방스의 모래 위에서 불구의 몸을 지팡이로 끌게 될 노년기의 입술에 여전히 생기를 감돌게 할 기억의 순간 – 이 지나고 저녁 11시 경이 되었다. 내일이면 출발해야 한다.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주방 화덕 앞에 붙어 있었다. 남자는 커다란 사냥화를 말리고 있었고 여자는 파리로 가져가고픈 들꽃의 화환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나가 있던 위층의 방으로 돌아가, 아래층의 여관지기가 다리를 절며 덧문을 닫는 걸 듣고 웃었다. 마침내 모든 게 조용해졌다. 비는 그쳤고, 그들은 갑자기 한밤중의 전원의 웅장한 고요함과 깊은 고독에 둘러싸인 기분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여자는 그저 촛대를 집어 들어, 날벌레들이 들러붙은 어두운 거울 앞의 벽난로 위 선반에 놓았다. 그리고는 밤 치장을 시작했다. 큰 안락의자에 앉아 뒤로 몸을 젖히고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남자는 행복감과 피곤함에 멍한 상태로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드레스와 속치마를 벗었다. 몸에 남은 건 가느다란 허리를 감싼 까만 새틴 코르셋뿐이었다. 우아하게 몸을 일으키고는 쪽을 찌기 위해 양팔을 가볍게 머리 위로 올리며, 자신을 보고 미소 짓던 연인이 얼어붙은 걸 보고 미소를 되돌려주었다.


그 순간, 얼마나 그녀가 사랑스러웠는지! 이렇게나 사랑스러웠는지! 더 바랄 건 없었다. 이틀 밤의 숙취는 그들을 탈진시켰다. 그러나 남자는 쇠약한 가운데 아직 좀 더 다정한 채였다. 눈앞의 준비된 침대에선 라벤더 향이 났다. 그는 두 개의 부부용 베개를 보고 연인의 포옹을 밀어내는 은은한 기쁨을 미리 만끽했다. 열이 나지 않을 정도의 키스와 함께 저녁 인사를 하고, 오직 그만이 당해낼 수 있는 이 순전한 마음을 안고 잠들 것이다.


그리고 그때였다.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고 있자니, 남자에게 다가와 무릎에 앉고는 가느다란 팔로 끌어안더니, 졸려서 반쯤 감은 선하고 부드러운 눈으로 가까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요람에 눕고 싶은 아이처럼 피곤에 지친 목소리로 보채었다.


“이제 자 볼까요?”



III


오늘날, 사랑 이야기의 작가이자 꿈의 상인인 남자는 늙어가고 있었다. 오십 년이 지나는 동안 머리칼은 희끗희끗해지고 눈가의 잔주름은 자글자글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복통을 앓게 되었다. 사람들은 남자의 뱃속에 바쁜 돌덩이가 들어앉았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남자가 일어났을 때 입속에서 쓴맛이 났다. 그는 통지서를 읽어 보았다. 우선 그는 이 장례식에 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업신여기던 사람의 상여에 예를 표한다니! 이런 위선이 무슨 소용인가! 그는 ‘동료’였다. 틀림없이 말이다 - 이 얼마나 우습고 닳아빠진 표현, 터무니없는 말인가! 그러나 그는 이 불행한 남자에게 불평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거꾸로 아무 개인적 관심 없이 순수한 의욕으로 이 기자는 항상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인 동정을 보였고, 재치를 발휘해 그를 칭찬했고 심지어 안 좋은 시기엔 열성적으로 변호했다. 그들은 친구가 아니었으면 적어도 동료였다. 가장 빛나던 시기에 우연히 거리에서 만났을 때 그들은 악수를 했다. 자! 그는 그 행렬을 따를 것이었다. 그는 마땅히 사자死者에게 예를 갖출 것이다.


그리고 11월의 이 먼지 날리고 비 오는 아침에 남자는 일찌감치 면도를 하고 옷을 갖춰 입었다. 서둘러 점심을 먹었다 ─ 계란이 신선하지 않았다, 웩! ─ 그는 개가 핥은 냄새가 나는 마차를 탔다. 뒤늦게 교회에 도착할 즈음엔 장례식이 거의 끝나 있었다.


── “받들어 총! 세워 총!”


그리고 애매한 북소리가 식장을 울렸다.


군인? 아, 그렇다! 영구대 위에 레종 도뇌르가 있다. 이미 땅에 묻힌 자가 의전 절차에 따라 진흙채로 퍼 올려졌다. 자리에는 여자들도 섞여 있었다. 시인은 발기를 감추려 몸을 구부정하게 하며 자신의 붉은 리본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들은 막 면죄 기도를 드린 참이었다. 남자는 줄을 서서 성수를 뿌리고 관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싸늘하고 은은한 빗속에서 행렬은 교외로 향했다. 묘지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될 울적한 희극이 있었다. 가는 길 내내 전날 있었던 추문으로 웃던 사람이 있었는데 구덩이 주변에 줄지어 있는 동안 슬픔에 찬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가소롭게도 치과의사인 체 하던 사람은 고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종의 선전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고인의 아름다운 존재의 증인인 미망인, 늙은 창녀의 흐느낌은 가식적으로 보였고 눈물에 화장이 번질 지경이었다.


남자는 꽤,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출구에 다다라서도 낯 뜨거운 악수를 나누어야 할 게 눈에 선했다. 다 끝나기 전에 그는 훌쩍 사라지며, 장엄한 순간 ─ 유명한 신흥 상인의 뇌리에서 (장례식에서)발기한 남자로 기억될 ─ 을 뒤로 하고는 묘지의 인기척이 없는 골목으로 도망쳤다.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거무튀튀한 하늘, 진흙에 파묻힌 죽은 잎들, 무덤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검은 나무들, 그리고 신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이 병적인 바람 ─ 전염성의 바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외로운 몽상가는 갑자기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한다. 꿈에서 그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았으며, 심신은 쇠퇴하였고, 그의 일생은 계속된 논쟁으로 불안정했고, 그 모두가 그저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의 ‘동료’들이 질투하던 명성도, 종이 위의 영광도.

사람들이 말하길, 그들이 고인을 땅에 놓자 곧바로 이 부패한 사람에게 일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동시에 총자루가 교회 대리석 위에서 부딪쳐 소리가 났고, 동시에 마차 속의 타인들이 자신들의 작은 사업을 얘기했고, 심지어 기괴한 하얀 넥타이를 하고 조잡한 감정으로 어리석은 말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는데 한 친절한 친구가 그에게 우산을 씌워 주고 있었다.


남자는 슬픔과 역겨움에 흠뻑 젖어 벌써부터 죽고 싶었다. 그리고 이젠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 아! 여기서 그는 참으로 안식을 취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는 주목나무를 흔들며 속삭이는 그리고 울부짖는 바람을 맞으며, 그는 생각한다. 말소리가 ─ 그의 지독한 소망에 답하여 ─ 들려온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나날들을 떠올리게 하는 말소리가, 오직 자애로운 어머니와 그가 가장 사랑했던 아내에게서 들었던 말소리가.


“이제 자 볼까요?”



—— François Coppée 『Contes rapides』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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