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의 단상 (4)
애니메이션 카레이도스타 마지막화.
주인공 나에기노 소라가 '천사의 기술' 을 시전하고, 객석에 있던 연기자들이 무대로 난입해 조화를 이루는, 피날레에 걸맞는 명장면.
그리고 나이가 들며 새삼 깨닫게 되는 레이라 해밀턴의 이야기.
레이라는 1화에서 단장 카를에게 "앞으로 저 아이가 네 자리를 위협하게 될 거다" 라고 쐐기를 박힌 채 점점 성장하는 소라를 보며 위기감을 느낀다.
애니메이션 1기 마지막에 레이라는 서커스의 정령에게 선택받는 또다른 한사람으로서 '환상의 기술'을 훈련하던 중 한쪽 어깨를 다치고, 늘 위험천만한 스테이지를 밀어붙이는 데 반대해 카를에게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유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이 기술을 선보이는 날엔 네 어깨는 망가져서 무대 인생은 끝이다" 란 말을 듣는다.
레이라는 "그래서, 팔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럼 그땐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단 보장이 있어? 내가 지금 하고 싶다고!" 란 말과 함께 무대를 강행하고, 기술은 멋지게 성공하나 결국 그녀는 어깨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으며 카레이도스테이지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2기에서, 레이라는 '천사의 기술'이란 시련과 맞닥뜨린 소라에게 "세계 대회에서 너의 기술로 우승을 따내지 못하면 다신 카레이도 스테이지에 돌아올 수 없다"며 엄명을 내린다. 소라는 자신의 기술을 따라하려다 부상을 당하는 연기자를 보며 "서로 즐기지 못하고 이기려 드는 서커스'에 회의를 느끼고 결국 본무대에서 연기를 포기한다. 레이라는 그런 소라를 매몰차게 외면한다.
그러나 스테이지를 도저히 버릴 수 없던 소라에게 카를은 또다시 기회를 주고, 여동생의 죽음으로 줄곧 얼음장같던 레온의 마음을 움직인 소라 앞에 레이라는 재활에 성공하여 나타나 소라의 마지막 시련이 되어 같은 기술로 승부를 겨룬다.
그리고 소라의 연기에 자신이 감동하며 연기를 멈추어, 결국 1화의 예언대로 레이라는 소라에게 지게 된다. 마지막화에서 자신이 줄곧 바랐지만 이루지 못한 '다 같이 즐기는' 스테이지를 소라가 이루어 내는 걸 보며 "라스베가스에 와서 너를 만나 다행이다." 란 독백과 함께, 서커스의 정령이 자신 앞에서 사라지는 걸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내 역할은 이걸로 끝났구나"
그리고 극장판에서 카레이도 스테이지를 떠난 그녀는, 방황 끝에 자신이 있을 새로운 곳을 찾아 뮤지컬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모든 업계에서, 크게 보면 인생에서 우리는 나에기노 소라의 자리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발버둥치다, 그걸 이룬 날부터 레이라 해밀턴으로서 언젠가는 자리에서 멀어져 또다른 인생 2막을 맞을 날을 각오한 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아랫세대의 등을 밀어주고, 또 때로는 스스로 아랫세대가 넘어설 허들을 자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정해진대로 그 아랫세대가 자신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성장시키며 힘이 다해가는 자신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죽을 때까지 치열하게 인생을 즐겨야 할 것이다. 윗세대에게서 전해 받은 사슬에 묵묵히 자신의 사슬을 이어, 아랫세대가 어떤 형태든 사슬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말이다.
2015.12.31
김 영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