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때로 구원

봄 (2)

by Younghoo Kim



아침 6시, 빵과 햄을 굽는 냄새에 소녀는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 미주가 5cm 앞에서 미소를 짓고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소녀는 누워 있던 소파에서 허둥지둥 일어나려 했지만 미주는 손바닥으로 가볍게 이마를 밀며 말했다.

“아침 먹으라고 깨우러 온 것뿐이에요. 천천히 해요.”

소녀가 옷을 갈아입고 식탁에 앉자, 미주는 토스트, 햄, 시리얼이 담긴 쟁반을 내밀었다. 밥상에 있는 쟁반은 세 개, 하나는 랩이 싸여 있었다. 미주가 말했다.

“우주는 늦게 출근해요. 그래서 맨날 혼자 아침을 먹었는데, 오늘은 둘이 먹으니까 평소보다 더 맛있군요.”

“저…”

소녀는 말문을 열었다. 동경하던 사람을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막상 눈앞에 두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소문 끝에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그녀가 살고 있는 걸 알고 여기까지 왔다. 가까스로 소녀는 그토록 하고 싶던 질문을 할 수 있었다.

“후회는… 없으신가요…?”

미주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다시 나에게 그 순간이 온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똑같이 감사할 테니까요.”

소녀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미주는 스푼으로 소녀의 빵에 잼을 올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선택을 하기 전의 나를 앞으로도 찾는다면, 이 자리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가 될 거에요. 오늘 이후로 더 이상 학생을 반겨주지 않을 거예요.”

소녀는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미주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주의 친구로 온다면 엄마로서 아들의 친구를 기꺼이 맞아 줄 거예요. 학생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에요.”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는 미주는 입가를 닦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미주는 말했다.

“마지막 팬서비스로 지하철까지 배웅해줄게요. …오랫동안 날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오후 3시의 도로는 한산했다. 메이 플라워의 포터 차량을 빼면 열 대도 안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운전석의 일도는 차에 타고선 벌써 두 개비 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다음 신호등이 나오는 대로 불을 붙일 참이다. 아무리 창문을 열었다고 해도 옆자리에서 이렇게 피우고 있으면 간접흡연 방지의 의미가 없다고 우주는 생각했다. 하지만 면허가 없는 직원 대신 사장이 운전을 하는 판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도 염치가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자애는 나가고 없었다?”

삼십 분 전쯤, 외출하고 온 일도와 포터에 조경용 분재와 묘목 그리고 장비들을 실으며 우주는 지난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도는 그 소녀에게 꽤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잠깐 말이 끊어지다가도 어느새 다시 이것저것을 묻고 있었다. 우주는 지금 생각해도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기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게 보고 싶던 작가님을 만나 소원 성취했겠다,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었겠죠. 저한테 사과나 감사 인사 같은 걸 남기지도 않고요.”

“그런 거로 섭섭해 할 필요 없다. 그저 스쳐지나갈 인연이면 하룻밤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면 되고, 다시 만날 인연이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 은원은 그때부터 생각하는 거야.”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서고는 일도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리가 지금 작업하러 가는 식당 『티블리 안나』의 사장이 누군지 아니?”

“저야 모르죠. 단골이면 몰라도 첫 의뢰니까요.”

“내 고등학교 후배다. 구체적으로는 은비 엄마랑 만나기 전에 나를 찬 전 여자친구.”

일도의 표정은 담담했다. 우주는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삼십 년 만에 얼굴을 보는구나. 그땐 서로 쿨하지 못해서 결혼식에도 안 부르고, 또 안 왔는데 말이지. 저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 걸 보면 내 쪽이 덜 어른스러운가보다. 이런 별 볼일 없는 홀아비에게 뭘 기대하고 연락하진 않았을 테니까, 핫핫하.”

일도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정말로 사심 없이 마당을 꾸미고 싶었다면 굳이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가게에 주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과거에 은恩보다 원怨이 깊은 사이라면 더더욱. 대부분의 경우 묵은 은혜는 얼굴과 발로 갚지만 묵은 원한은 살아생전에는 멀찍이서 조용히 용서를 빌고 또 멀찍이서 조용히 용서하는 게 가장 보편적인 상호간의 배려다. 적어도 우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새 포터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그래, 겨우 하룻밤의 인연이다. 나쁜 인상이었다면 굳이 기억해 둬봤자 쓸 데도 없다. 다시 서로와 마주치지 않던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다.’ 포터의 사이드를 내리고는 일도와 짐을 내리며 우주는 마음을 다잡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테라스에 조경 작업하러 오신 분들이시…”

가게에서 나온 익숙한 얼굴과 마주치자 우주는 둘이 들고 있던 분재의 한쪽을 놓쳐버렸다. 일도가 전광석화의 속도로 주저앉지 않았으면 한쪽이 깨져 못 쓰게 되었을 것이다. 상대도 우주의 얼굴을 보고는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우주야, 무슨 일이니? 어디 아픈 거니?”

그새 일어난 일도는 우주의 팔을 붙들고 물었다. 유니폼을 입은 웨이트리스의 얼굴은 간밤에 우주에게 독설을 쏘아붙이던 소녀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다. “안 아팠는데 갑자기 아파지려고 해요.” 살짝 질린 채 우주는 대답했다.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걸로 어느 정도 머릿속에 각인되게 생겼다. 사흘 후에 또 봤다간 장기 기억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오늘 조경 작업하러 왔는데 사장님은 계신가요?”

일도는 소녀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곧 돌아오실 거예요, 음료수라도 한 잔 드릴까요?” 소녀는 영업용 미소를 만면에 띠며 싹싹하게 대답했다. 일도는 가볍게 손을 내젓고는 “오고가는 데 오래 걸리니까 빨리 작업 시작할게요. 사장님 오시면 우리가 왔다고 알려주고요.” 라 말하며 우주에게 윙크를 했다. 우주는 그걸 못 본 체하며 차에서 연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도가 테라스를 살펴보러 간 사이 소녀가 우주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왜 여기까지 온 건데? 여기 너희 동네에서 한참 걸리잖아.”

“일 가려가면서 하면 먹고 살기 힘들어.”

우주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충 대답했다. 소녀는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내 얘기 우리 사장이나 너희 사장한테 할 거지?”

“굳이? 나랑은 상관없잖아.”

우주가 보기에도 소녀는 그리 떳떳한 상태가 아니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안 가고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떳떳하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다. 그러나 우주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사정이 있는 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불필요하게 개입해서 괜한 원한을 사고 싶지 않았다.

“빨리 들어가서 일하라고. 손님들 기다리잖아.”

“이 시간엔 별로 없어. 손님이 있었으면 너하고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진 않는다고.”

“그렇게 손님이 없는데 점원을 왜 고용한 거야?”

“이 시간에만 없는 거야. 그리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소녀는 퉁명스럽게 받아치고는 기지개를 켜며 가게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손님이 없는데 왜 점원을 고용하냐’는 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이 할 말은 아니긴 했다. 우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작업을 재개했다.


“작업은 잘 되어 가나요?”

우주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는 혼자 일을 마무리 짓던 일도에게 양복 차림의 미인이 다가왔다. 일도는 앉은 채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출장료만 받아야 할 수준입니다. 꽃과 나무들이 테이블과 조화도 잘 이루고 있고, 관리도 잘 되어 있고요. 우리가 한 일은 멀쩡히 있던 것들을 들었다 놓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럴 거예요. 옛날부터 내가 직접 해 왔으니까요.”

『티블리 안나』 사장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비로소 일도는 돌아서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삼십 년의 세월은 못 속이는지 눈가와 입가에는 옅은 주름이 생겼지만 젊은 시절의 미모를 대부분 간직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성실한 건 변함없군.”

“그래서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요.”

“피차일반이었지. 그래서 나를 찬 거 아닌가?”

“피차일반이라 하지 말아요. 적어도 난…”

거기까지 말하고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눈앞의 남자는 그녀에게 첫사랑이자 아마도 마지막 사랑이었다. 미주를 통해 소개받았을 때부터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느꼈지만, 어떻게든 한결같은 사랑으로 돌아보게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미주를 바라보는 일도의 눈빛에서 한 번도 자기에게 향한 적 없는 애정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고는 더 이상 그를 붙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자기에게 다정하게 대해 줘도 일도의 첫 번째는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별을 선언하고 연락을 끊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삼십 년 만에 옛 연인은 재회했다.

“…난 적어도 네가 좋은 반려자가 될 거라 생각했어.”

일도는 조용히 말했다. 미주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도의 짝사랑이었고, 무엇보다도 일도에게 미주는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다. 눈앞의 여자는 바로 옆에서 그런 일도의 손을 잡고 한평생 걸어갔을 사람이었다. 적어도 일도는 그런 마음이었고, 그래서 그녀와의 이별은 미주의 결혼보다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궁금했는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당신도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직접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먼발치서나마 서로의 소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일도는 얼마 안 가 맞선을 통해 만난 사람과 결혼했고, 꽃집을 차렸고, 상처喪妻하여 홀아비가 되었다. 그 사이의 구체적인 일들은 언젠가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자는 졸업하자마자 사업을 시작했고 이제는 음식점 세 개를 운영하는 사장이 되었다. 독신 여성의 몸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겪은 고난과 역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아픔과 상처도 시간이라는 약을 통해 무뎌지고, 어떤 행복과 따스함도 시간이라는 물결과 바람 앞에서 온전하지 않다. 그렇게 자신만의 역사를 몸과 마음에 새겨 가며 사람은 성숙해진다. 냉철한 이성보다도 지고하면서도, 폭풍 같은 감정보다도 깊고 신비한 지혜의 눈으로 상대를 볼 수 있게 된다. 가게로 돌아와 비용을 지불하고 일도와 우주를 배웅하는 동안 두 사람은 사무적인 말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삼십 년 어치 회포는 불과 삼십 분 동안 오고가는 눈빛과 미소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불이 꺼진 서재에서 일도는 낮의 일을 곱씹어보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그 직원은 분명 우주와 만난 적 있다. 우주의 행동반경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주가 말한 그 학생임이 틀림없다. 그런 소녀가 삼십 년 만에 만난 전 여자친구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도는 그 다음 단계를 밟아도 괜찮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우주를 위한 일이야.’

일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또 다른 희생자를 내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늘 선택은 우주가 해 왔고, 자신이 아는 한 우주의 결정은 한결같았다. 그 결정은 누군가를 반드시 구원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을 짊어지게 한다. 일도는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난 삼 년 동안 곁에서 우주를 지켜보아 왔다. 그러나 이대로 우주가 자신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평생을 보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등을 떠밀어주는 것에 불과해. 나머지는 두 사람의 몫이야.’

결심이 선 일도는 수첩을 펼치고 맨 마지막 장에 있는 전화번호를 눌렀다. 문득 은비의 얼굴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삼 년 전 그날을 기점으로 딸은 더 이상 웃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웃지 않는 딸의 모습이나마 볼 수 있음에 일도는 감사하고 있다. 만약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신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을 기꺼이 도맡을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공원은 밤에는 특히 우범지대로 변모하기 쉽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인식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적고, 자기 몸을 지키는 최소한의 요령만 있으면 훌륭한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새로 고용된 관리자는 며칠 전부터 국방색 텐트 하나가 진을 치고 있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소녀는 텐트로 돌아와 손전등을 켰다. 침낭과 세면도구와 옷가지 몇 개를 제외하면 산더미 같은 책들과 공책들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소녀는 침낭에 몸을 반쯤 넣은 채 손을 뻗어 공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낮에 머릿속에서 정리한 이야기를 차분히 써내려갔다.

종이에 글씨가 채워지는 속도는 빠르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멈추지도 않았다. 수정하는 일도 없었다. 마치 호흡을 하듯 소녀는 연필을 움직였다. 특별한 장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비일상적인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주변에서 봤을 법한 군상들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뭔가 대단한 통찰이나 사색을 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소녀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필요한 모든 소재는 이미 그 안에 전부 들어 있었다.

어떤 사람이, 혹은 어떤 학문이 스스로를 진리 내지 진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표방한다면 그의 발전은 거기서 끝난 셈이다. 학문은 이미 알려진 것들 혹은 언젠가 알려질 것들에 대한 이론이며 학자는 그것들을 이론적으로 아는 사람이다. 이미 알려진 것들과 언젠가 알려질 것들을 통틀어 ‘세계’라 일컬을 때,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세계를 구성하는 학문과 비非학문을 넘나들며 에피스테메episteme와 독사doxa를 번갈아 구사하여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단 양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므로 학문과 에피스테메의 비중이 작품의 절대적 우열, 바꿔 말해 진리성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세계를 이야기하는 모든 작가는 평등하다. 잠시 손을 멈추고 소녀는 중얼거렸다.

“글로 세상을 바꾼다는 놈들 치고 자기 세 살 버릇 바꾸는 놈 보기 힘들다…”

미주가 현역 시절 후기에 자주 적던 문장이다. 세상은커녕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펜대 하나로 젠체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녀의 이런 자세는 동세대 작가들의 반감을 샀고, 그녀의 작품들은 나오는 족족 문단의 원색적인 비난을 샀다. 비난의 주된 요인은 소재와 주제의 천편일률이었다. ‘인간으로서 그 어떤 관용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악인도 인간을 넘어선 차원의 구원을 받는다’는 그녀의 일관적인 메시지는 ‘진부하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따라서 독자가 공감하기 힘들다’는 뻔한 레퍼토리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들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단서가 되고 일종의 경전의 역할을 했을 것이었다.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소녀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미주의 작품을 접하며 그녀의 마음에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용기와 자유가 흘러들어왔다. 그런 소녀에게 이러한 불안한 환경에서의 생활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본인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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