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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 몸으로 쓰는 마음의 처방전

머리가 막힐 때 발이 답을 아는 이유

by 에라토스


▐ 삶의 파도 속에서: 움직임이 만드는 균형


누구나 평탄한 삶을 꿈꾼다. 인생에 우여곡절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일이 술술 풀리다가도 갑자기 부정적인 생각들이 밀려와 꼼짝달싹 못하게 되고, 사방이 가로막힌 듯하다가도 실타래가 풀리듯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이런 변곡점에서 우리의 마음이 매번 요동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치 끝없는 파도에 휩쓸리는 배처럼, 마음의 불안정함이 삶 전체를 뒤흔든다. 스위스로 이주한 후, 낯선 환경 속에서 이런 파도가 더 세게 느껴졌던 적이 많았다. 외부가 아닌 내면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 과정에서 '움직임의 힘'을 발견했다.


그러면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해법들이 있겠지만, 나는 운동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도구라고 말하고 싶다. 운동은 머리에 쌓인 긴장을 풀어내고, 비워진 공간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여유를 준다.


"복잡한 머릿속은 과부하된 컴퓨터와 같다. 운동은 재부팅 버튼이다. 첫 움직임이 다음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운동을 배울 때 "몸에 힘을 빼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듣는다. 머리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긴장으로 꽉 막힌 생각은 풀리지 않는다. 나는 생각이 복잡해질 때마다 이 방법을 썼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는 저항감이 컸지만,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따라오는 걸 경험했다. 그 첫 움직임이 내면의 평정심을 되찾는 출발점이 되는 경험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 건강과 체력의 기반


병의 경중은 다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심하게 아픈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아프기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모든 신경과 생각이 나의 건강 회복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이전에 나를 괴롭히던 복잡한 고민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오직 '건강'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다시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소원하게 된다.


그만큼 건강은 소중하다. 우리 머릿속에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들이 떠오른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복잡한 생각이 괴로움을 주지만, 그것은 살아 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다. 건강을 잃으면 생각의 범위가 좁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젊을 때는 '체력이 국력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체력이 약한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야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체력은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다. 문이 열려도 들어갈 힘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 루틴의 마법: 생각 없이 시작하는 지속의 힘



머리가 복잡하고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여 운동해야 한다. 이 단순한 행위가 루틴이 되면 가장 건강한 습관이 될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움직임은 자동화되어, 의지의 개입 없이도 지속된다.


핵심은 각자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이 생명이다. 강도 높은 운동이 좋은 게 아니라, '오늘도 하고 싶은' 운동이 좋다. 왜냐하면 지속되지 않는 운동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러닝이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답답할 때, 그냥 나가서 뛴다. 뛰다 보면 생각이 자연스럽게 줄 세워진다. 가만히 앉아서는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보폭과 호흡 사이에서 솟아난다.


러닝을 하면서 이 활동이 그냥 운동이 아니라 마치 글쓰기처럼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여행처럼 느껴졌다. 여행처럼 느껴지기에 계속할 수 있었다. 적절하게 조절된 나에게 딱 맞는 페이스로 뛰는 동안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작동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해결책이 떠올랐다.



▐ 몸의 변화: 통제권과 성취감의 원천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아웃핏은 무엇일까? 명품일까? 자동차일까? 나는 체형이라고 말하고 싶다. 체형은 내가 어떤 일상을 살아왔는지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매일의 선택이 새겨진 살아 있는 이력서다.


우리가 살아가며 바꿀 수 있는 건 정말 적다. 주변 환경을 바꾸는 일도, 주변 사람들을 바꾸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유일하게, 내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해내는 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고, 성취감을 맛본다.


그러므로 내 모습을 바꾸는 건 가장 쉽고 확실한 변화다. 옷이나 액세서리는 순간의 가면이지만, 체형은 지속의 결과다. 그것을 바꾸는 순간, 자신감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체형은 '나는 변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은 통제할 수 없지만, 돛의 방향은 조절할 수 있다. 몸의 움직임이 바로 그 돛이다. 이 작은 승리가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면 선택이 변한다. 변화의 출발점은 몸이다. 내가 체형을 관리하며 느낀 이 통제감은, 일상 전체를 바꾸는 에너지가 되었다.



▐ 친절함과 에너지의 확산


친절함과 같은 멋진 태도는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다. 그런데 그 친절함의 기초에는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피곤하면 미소조차 버겁다. 억지로 짜낸 친절함은 결국 더 큰 피로로 돌아온다. 여유가 있어야 공감이 나오고, 공감이 있어야 관계가 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위해 운동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가 자신을 잘 관리할 때, 좋은 에너지가 퍼져나간다. 그 에너지가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건강은 개인의 이득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이다.


오늘, 생각이 많아지면 신발을 신고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첫걸음이 다음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며 한 줄 적자.


"오늘, 나는 움직였다. 그래서 더 강해졌다."


이 반복이 우리의 삶을 재정의할 것이다.




오늘도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집중하며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




저는 누구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 위인이 아닙니다. 여기에 적힌 모든 생각은 남이 아닌 저 자신을 깨우치기 위해 시작된 기록입니다. 동시에, 이렇게 살아가려 노력했던 시간과 그 과정에서 경험한 변화의 나눔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작은 용기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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