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길, 두 개의 운명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중에서도 실패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의 결정은 우리를 항상 괴롭히는 질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 그만둘까? 아니면 한 번 더 시도해 볼까?"라는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나 역시 스위스로 이주한 후, 높디높은 언어의 장벽 앞에서 수많은 좌절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런 좌절이 생계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냥 이대로 살아도 큰 문제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이러한 유혹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다.
더욱이 이 유혹은 한 번 물리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보낸 것처럼 끊임없이 나를 찾아와 그럴듯한 모습으로 속삭인다. "에이... 그냥 포기해!"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글귀가 있었다. 홍정욱 님이 언급한 다음의 문장이다.
실패로 인한 아픔은 시간과 함께 흐려지지만, 포기로 인한 후회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진다.
나는 이 문장을 내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바라보았다. 다른 언어를 배움으로써 넓어지는 세상의 크기를 알기에 포기는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실패를 할지라도 포기는 하지 않겠노라...
물론 이런 자세가 인생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가 있고, 모든 일에 목숨을 걸 수는 없다.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가슴뛰게 하는 일을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 일에 한 번 올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며, 그런 일에 대해서만큼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한 번 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실패와 포기.... 나도 처음엔 두 선택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였다. 실패든 포기든 결국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이 두 선택이 남기는 흔적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자. 실패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종착점이 아니라, 해답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마치 미로를 탈출하려는 사람이 막다른 길을 만났을 때, 그 길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길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고통에서 배우는 성장의 메커니즘
실패의 고통이 처음엔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뇌는 고통의 근원을 찾으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배움의 기회로 전환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패는 우리에게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이것은 마치 몸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처음엔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살이 돋아나고 결국 더 단단해진다.
실패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훈련
계획(Plan), 실행(Do), 점검(Check), 행동(Action)의 PDCA 사이클에서 실패는 '점검' 단계의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실패 없는 PDCA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 탓으로 돌리거나 외부 요인으로 치부하고 싶은 유혹에 계속 넘어지면 그 실패는 배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반대로 자신의 선택과 행동의 결과로 받아들인 실패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물론 지나치게 자신을 괴롭혀서는 안 되지만 객관적으로 점검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포기가 남기는 끝없는 의문
포기는 실패와는 다른, 더 깊은 흔적을 남긴다. 실패는 적어도 시도한 결과가 명확하다. "이 방법은 안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반면, 포기는 "만약 내가 끝까지 해봤다면?" 이라는 질문만을 남긴다. 이 질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답게 포장되어, 우리의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 가능성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무거워진다.
자신감과 자기 신뢰의 상처
포기는 한순간의 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번의 포기 경험이 다음 도전에서 살며시 머릿속에 떠오르며, "이번에는 끝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작은 의문을 남긴다. 이런 조용한 목소리들이 모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서서히 약해진다.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처럼, 스스로를 믿는 힘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은 도전에서 시작되는 큰 변화
거대한 목표 앞에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작은 도전부터 시작하면 된다. 오늘은 새로운 한 가지를 시도하고, 내일은 조금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하며, 그다음 날은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된다. 이렇게 쌓인 작은 성취는 어느새 거대한 용기로 변한다. 작은 성공의 기억이 당신을 더 큰 무대로 이끌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경험한 실패는 그 순간엔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지금은 별것 아닌 기억이 되었다. 오히려 그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 실패는 일시적이지만, 실패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성장은 영원하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다.
오늘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루만 더 포기를 미루자.
물론 이러한 도전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조건들, 어려움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 나는 내 인생의 저점에서 이미 출발한 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실패하더라도 이전의 저점보다는 더 높은 저점에서 실패할 뿐이다.
내가 노력한 시간을 가지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이전의 나와 비교한다면 시간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실패의 아픔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지만, 포기의 후회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진다. 이것이 시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냉혹한 진실이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본다.
그리고 오늘도 미래의 나에게 말을 건다. 내가 꿈꾸는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나에게...
저는 누구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 위인이 아닙니다. 여기에 적힌 모든 생각은 남이 아닌 저 자신을 깨우치기 위해 시작된 기록입니다. 동시에, 이렇게 살아가려 노력했던 시간과 그 과정에서 경험한 변화의 나눔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작은 용기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