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대 자연 2

배달어플, 버블티, 햄버거.

by 애라


자연을 좋아한 지 4년째, 이런 나에게도 도시를 미친 듯이 그리워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전 글에 이어서)

바로 도시의 산물 같은 것들이 그리울 때.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유럽은 자연 속이더라도 맥도날드 하나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막상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서는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나의 청개구리 같은 행동에 내 여행 메이트인 동생은 진절머리가 난다고 했다. 동생아, 미안하지만 청개구리 같은 언니를 가진 업보라고 생각해주라.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도시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 중에서도 이 세 가지는 여행 내내 내가 아주 집착했던 것들이다.

배달어플, 버블티, 햄버거

먼저 배달어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배달어플을 즐겨 쓰게 된 건 중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할 때부터다. 중국은 한국보다 배달비도 저렴하고, 배달이 안 되는 곳이 없는 나라이다. 버블티 한 잔도 10원(한국돈 약 170원)의 배달비만 내면 충분했다. 이런 나라에서 일 년을 살다왔고, 편하고 좋은 건 빨리 적응하는 하는 법. 그렇게 나에게 배달 어플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도 나가서 먹기 귀찮으면 습관적으로 어플을 들어갔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쓰는 어플을 미리 찾아서 다운받아 놓는 부지런함을 발휘했다. 영어 지원이 안 되는 나라에서는 사진이 뜨는 가게만 찾아서 배달시켰다. 배달어플에 “no result”가 뜨면 아주 우울해지는 거다. 배는 고프고 나가긴 귀찮은 그런 날 구세주 같은 배달어플이 안된다니. 이렇게 말하면 배달에 미친 여행자 같은데, 뭐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직도 배달어플에 등록한 이메일로 오는 이메일을 차단하지 않았으니까.

버블티는 여행 내내 우리의 소울푸드였다. 버블티 집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카페를 찾기 힘든 곳에서 대도시로 이동한 날은 무조건 버블티를 마셨다. 다니면서 알게 된 건, 외국에서 버블티가 싼 음식이 아니라는 것. 생각보다 비싸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이유 없이 찾게 되는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힘들게 이동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며 찾아다녔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버블티 집을 향해 가던 우리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리마에서 대만인 아주머니가 하시던 버블티 집은 남미 여행 통틀어 최고의 버블티였다. 역시는 원조는 달라. 하면서 흡입했다.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땡볕에서 구경하고, 우연히 찾은 버블티 집에서 마신 건 거의 생명수 수준이었다. 터덜터덜 가서 테이크 아웃하면서 마시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경험을 하고는 동생과 나는 확신했다. 버블티가 소울푸드가 확실하다고.

마지막으로 햄버거. 사실 햄버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일 년에 5-6번 정도 먹는 편이니까. 딱 그 정도인 햄버거에 대한 나의 애정이 최고치였던 적이 있었다. 대만에서였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일월담이 있는 마을, 난터우에서. 며칠 내내 국립공원과 호수 쪽을 구경했더니 속세의 음식에 대한 열망이 최고치를 찍었다. 그래서 도시를 가자마자 햄버거를 먹어야겠다고 며칠 전부터 동생에게 노래를 불렀다. 안 보던 햄버거 먹방을 엄청 찾아보면서. 나를 달래려던 동생은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라고 했지만, 또 그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도착한 타이중 기차역. 진짜 도착하자마자 발권을 하고, 바로 옆에 있던 모스버거로 달려갔다. 메뉴 중에 제일 기름져 보이는 걸 선택해서 한 입 물었을 때의 감동은 어떻게 글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실 기차가 오기 전에 먹으려고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뿐, 맛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잘 없다. 그냥 그 순간 굉장히 신났었고, 행복했다. 이 날 이후로 동생은 자연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날이면 꼭 묻는다. 오늘은 저녁은 햄버거 아니냐고.

나에겐 배달어플, 버블티, 햄버거, 세 가지가 속세의 상징 같은 것들이었다. 막상 한국에 와서는 잘 안 찾고 있지만, 그 당시 나에겐 무엇보다 간절하고,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여행을 떠올려 주는 것들이다. 오늘은 사진첩을 열어 여행 동안 먹었던 음식 사진을 다시 봐야겠다. 그때의 감정들이 또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을까.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도 또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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