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한달살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말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 아니면 정말 여기 너무 살고 싶어서.
나도 한 번 생각해봤다. 나한테 한달살기를 할 기회가 온다면,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처음엔 파리, 그다음엔 조지아, 그다음은 치앙마이,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조지아. 또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하나씩 이유를 적어보려 한다.
우선 파리는 이미 다녀온 도시이다. 첫 번째의 파리는 환상 그 자체였다. 상상 속에 있던 곳을 내가 왔다는 것만으로 기뻤는데, 기대했던 에펠탑은 생각보다 고철 그 자체였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느라 항상 긴장했어야 했다. 그래서 그때 다짐했다. 내가 다시 파리에 오는 일은 없겠구나. 그런데 웬걸, 3년 후 세계여행 코스에 파리가 떡하니, 그것도 2주나 끼어있었다. 물론 의도한 일정이었다. 그 당시 나는 미술관과 전시회에 관심이 많았고, 파리만큼 미술관이 많은 곳도 드물다. 가까운 곳에만 몇 개씩 있는 미술관이 나를 유혹했고, 그렇게 만난 파리와의 재회는 완벽했다. 여기서 한 달 동안 살면 작고 큰 미술관을 다 볼 수 있겠구나, 근교 미술관들도 다 다닐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파리에서 오래 살아보기로 했다.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아 미술관 말고도 파리에서 3번이나 사 먹은 팟타이도 먹어야 한다. 현지인인 것처럼 다니다가도 가끔은 화이트 에펠탑을 보려고 기다리는 노력도 놓칠 수 없다. 아 그 많고 많은 빵집 중에 바게트 맛집도 찾아보고 싶다.
치앙마이에서도 이미 3주 정도 살아봤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곳이다. 우선 매일 아침 요가원으로 향할 것이다. 도시 소음 없는 야외에서 하는 요가를 숙소 5분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치앙마이다. 그때쯤이면 어드밴스 수업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요가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 열리는 플리마켓들을 구경하고, 빈티지샵들을 구경해야지. 사실 태국의 편의점 음식을 섭렵하려면 한 달도 부족한 것 같다. 태국 편의점 음식은 진짜... 최고니까. 가끔은 치앙마이대학교에 가서 일몰도 봐야 하고, 저번엔 안 간 도이수텝도 가봐야지. 아 단골 카페도 만들어봐야지. 이왕이면 아이스 라떼가 맛있는 곳으로. 쓰다 보니 치앙마이에서는 한 달 이상 있어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기회가 있으면 오래 있어야지. 태국어도 배우고, 중국에서 사귄 태국 친구들도 만나야지.
지금 제일가고 싶은 조지아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계획에 있던 곳이지만, 갑작스러운 피부병과 날씨의 변화로 가지 못했다. 그래서 정말이지, 너무 가고 싶은 곳이다. 조지아에서 뭘 할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직 나에게도 환상 속의 도시이기 때문에. 하지만 하루 종일 바깥만 봐도 예쁠 것 같다. 가끔 심심하면 하이킹도 하고, 저렴한 물가 덕에 저녁도 항상 푸짐하게 먹으며 평온한 한 달을 보내보고 싶다. 아 조지아도 와인이 유명하다고 들었다. 여러 병 사서 와인 취향도 찾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좋은 날엔 산 중턱에 그냥 누워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도시에서 사니까 괜히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쓰다 보니 여행이 더 가고 싶어 진다. 가 봤던 곳은 익숙하고, 그리워서 가고 싶고, 가보지 못한 곳은 또 궁금해서 가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