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대 자연

by 애라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일이 생긴다. 가려는 도시와 도시 간의 거리가 멀어 그 둘의 중간쯤 있는 자연에서 머무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자연을 선택할 때도 있었다.

사실 이 둘 중 어디를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자연을 선택할 거다. 22살 처음 유럽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나는 도시의 화려함을 좋아했다. 어떤 계기로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고민했는데, 정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남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에서 잔잔한 평화로움을 느꼈을 때.

22살 첫 유럽여행에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를 한 달 동안 갔었다. 처음 유럽에 온 만큼 유명한 곳을 다니기 바빴다. 여유로운 곳보다는 관광지가 모여있는 곳을 기준으로 바삐 다녔다. 어디든 사람이 많고,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했던 곳들. 파리에서 걸을 때는 사람과 부딪힐까 봐, 소매치기를 조심하느라 미어캣처럼 다녔다. 그곳을 오롯이 느끼기보다는 나를 방어하기 위해 신경 써야 했고, 덕분에 항상 긴장된 상태였다. 파리에서 6일간 여행을 하고 도착한 엑상 프로방스. 공항에서 나오자 아기자기한 화단이 먼저 반겨주었고, 적당히 따뜻한 날씨까지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숙소에서 프로방스의 번화가는 멀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정도. 가는 길에 크고 작은 분수가 있었고, 골목에서는 플리마켓도 열고 있었다. 번화가라고 이름 붙이기 애매할 정도의 거리가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거리에서 주변 사람을 경계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이곳저곳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사람들은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웃고 있었고, 분수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과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햇살을 쐬고 있는 나. 평화로웠다. 그리고 편했다. 그 날 저녁, 테라스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와인도 한 잔 시켜봤다. 낮에 봤던 그 들처럼 밖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맘껏 만끽했다.

프로방스가 주는 평화로움과 편안함을 느끼면서 도시보다 이런 여유로움을 기억하는 여행도 좋겠구나. 처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사진으로 남기는 에펠탑보다 내가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숙소 근처 분수대가 더 오래 잔상을 남겼다. 프로방스는 큰 특색은 없지만, 그것 그대로가 특색인 도시로 기억 속에 있다.

이 후로는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여행지를 꼭 일정에 넣었다. 그렇게 점점 소도시를 찾아다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자연이 넘실거리는 사진들이 넘쳐났고, 트래킹 하기 위해 하는 도시들도 생겼다. 이제는 여유로움을 찾기 위해 자연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이 좋아서,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22살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더 찾았고, 지금의 나는 좋아하는 곳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고, 여전히 찾아다니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몽골을 가고 싶다. 자연의 끝판왕이지 않을까.

자연을 좋아한 지 4년째, 이런 나에게도 도시를 미친 듯이 그리워하는 순간들이 있다(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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