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남긴 여행

by 애라

여행 내내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대답이 가능하다. 무이네에서 투어 하던 날.



애초에 무이네 투어에 큰 기대가 없었다. 동생과 둘만 간 여행지라면 투어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함께 하는 여행지였고, 그 말을 곧 무언가로 가득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뒹굴뒹굴, 배달음식 시켜먹는 여유로운 여행은 엄마의 취향이 아니었으니. 그런 마음에서 신청한 투어에서 우리는 한 시간에 300여 장 이상의 사진이 핸드폰에 남겨지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사막에서 일출을 보고, 다른 장소로 이동 중에 여기서 내려보란다. 진짜 아무것도 없는 길 한복판에. 그러더니 우리 셋을 요리조리 세워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여행 스냅을 신청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곧이어 한 명씩 찍어주면서 이런저런 포즈를 요청했다. 이 사진의 최고봉은 트럭 위에 올라가서 찍기였다. 핫핑크색 트럭을 언제 타보겠냐 하면서 탔었는데, 그 위에 올라갈 줄이야! 어리둥절해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들은 너무 잘 나왔다. 누구한테 찍어 달라고만 해야 셋이 같이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여행 내내 찍을 단체사진을 다 얻은 듯했다.


여행을 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너무 사진에 집착하는 것 같아 어느 날은 사진 대신 눈에만 담기도 했다. 그러다 초조해져서 영상과 사진을 갑자기 많이 찍기도 했고, 또다시 사진 말고, 티켓이나 일기로 기록해보기도 했다. 그런 루틴을 여행 내내 반복했지만, 여전히 어떤 방식이 여행을 온전히 담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날 그 날 내가 남기고 싶은 방식대로 남길뿐. 그런데 처음으로 무이네 투어를 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 스냅을 하는구나, 사진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떼어 낼 순 없겠구나 인정하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난 여행에서도 우리 셋이 온전히 담긴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꼭 나오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조금 지나 그 사진을 봤을 때, 여행지에서의 내 시선이 잘 담겨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의 나의 여행사진엔 표지판, 파도 부서지는 장면, 친구들의 뒷모습, 마음에 드는 간판들이 가득하다. 또 여행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워나가고 있다.

keyword
이전 14화도시 대 자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