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이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타이밍이라는 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고, 막연함 기다림 같이 느껴진다. 모르는 사이에 그 타이밍이라는 게 지나가기도 하고, 또 앞에 와있지만 준비가 되지 못해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저 문장에서의 타이밍은 그저 ‘운’을 뜻하는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하면 될 것을 왜 타이밍이라고 표현해서 중요한 시기를 놓친 듯한 느낌을 주는 걸까. 운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중요한 시기를 놓치느냐 잡느냐는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사람마다 문장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부정적인 문장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정말이지, 나도 타이밍이 좋았다. 타이밍이 좋다는 말을 제외하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2019년 3월에 세계여행을 시작해서 2020년 2월 중순에 여행을 마쳤다. (중간에 한국에 들어오는 일도 있었지만, 총여행의 시작과 끝은 이러하다.) 1월에 태국에 있으면서 마스크를 쌓아두고 팔고, 중국 여행객들이 그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모습을 봤다. 중국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많아졌을 시기였다. 덩달아 불안해진 우리도 마스크를 사서 배낭 깊숙이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미얀마로 넘어왔다. 2월의 미얀마에서는 마스크를 낀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아주 큰 대형 쇼핑몰이 아니면 발열체크도 따로 하지 않았고, 터미널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미얀마에서의 여행을 연장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했을 때가 2월 초. 그런데 중순부터 미얀마 근처 나라의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었고, 마스크 착용하는 인원이 크게 늘었다. 한국도 심상치 않을 때라 예정된 비행기를 타고, 마스크를 두 장씩 낀 채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도 상황이 안 좋아진 상태라 내 막 학기는 비대면 강의로 변경되었고, 마스크 없이는 나가지 못했다. 집에서 뉴스를 보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름 정도 지나 들어왔다면 미얀마 호텔에만 있다가 국적기 타고 왔겠구나 하는 생각. 정말로 타이밍이 좋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저 문장이 주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운보다 더 강한 무언가가 있는, 딱 그때가 아니면 안 되는, 타이밍이라는 게 정말 있구나.
한 번 내 상황으로 느껴보니, 사람들이 왜 타이밍, 타이밍 하는지 알겠다. 그저 부정적으로 볼 문장이 아니었구나. 타이밍이 나에게 와주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구나. 그래서 전과는 다르게 해석하게 되었다. ‘타이밍을 만든 내 앞에 모든 일이 있다.’ 결국 타이밍이 운과 비슷한 것이라면, 내가 먼저 잡으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저 그 시기가 내 앞에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그건 운이니까 나에게 오지 않았다며 비관하기보다는 내가 만든 시기가 타이밍이 되도록 하면 어떨까. 내가 주체적으로 정한 타이밍으로 인해 나의 생활이나 인생이 바뀐다면 그 타이밍의 의미는 훨씬 커질 것이다. 내가 계획한 시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나가야겠다. 비록 내가 겪은 타이밍은 나의 주체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내가 겪을 타이밍에 대해서는 주체적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