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

당뇨인에게 독이자 약이 되는 것

by 씽씽유작가

질병을 겪는 당사자가 아니면 그 병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다 알 리가 없다. 심지어 가족들도 내 질병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 할 때가 많다.

특히 당뇨는 1형 당뇨와 2형 당뇨로 나뉘는데 그 차이를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췌장의 기능이 거의 떨어져서 인슐린을 인위적으로 주입을 해야 하는 것이 보통 1형 당뇨인데

식사시간에 맞춰서 매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나는 1형 당뇨를 진단받은지 5년째이고 혼자 자취를 한 지 오래 됐는데. 혼자 살다보면 가장 두려울 때가 바로

저혈당이 왔을 때이다. 저혈당은 내가 먹은 식사에 비해 인슐린 양을 너무 많이 맞았거나 혹은 식전, 식후 10분~20분 이내에 인슐린을 맞아야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인슐린을 맞았거나, 혹은 식사를 건너뛰고 너무 무리한 운동을 했을 때 찾아온다.

당뇨는 고혈당이 되지 않게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저혈당이 오지 않게 관리도 해야 한다.

나는 고혈당보다 저혈당이 더 무섭다. 저혈당이 오면 일시적으로 온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 저혈당을 빨리 자각하고 빠른 시간 내에 응급처치하면 괜찮지만 손을 쓰지 못하고 지속되면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 사는 당뇨인은 특히나 저혈당이 오면 응급처치 해야 할 사탕이나 오렌지주스를 상비해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저혈당이 오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게 오렌지주스다. 당이 급격하게 올라가서 회복이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냉장고 한켠엔 항상 오렌지주스가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보통 정상적인 혈당 유지가 되고 있다면 독이 되는 게 오렌지주스인데

반면에 저혈당에서 나를 살려주는 것도 오렌지주스다. (종이컵 1컵~2컵 정도)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나면 금방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 같던 내 몸이 급격히 생기를 찾는다.

'아. 그래서 많이 마시면 독이구나!' 란 걸 바로 체감하게 된다.

내 몸 속 혈당이 다시 올라가는 느낌을 받으며, 어느새 식은땀이 사라지고 팔 다리 기운이 살아 돌아온다.


저혈당이 오지 않으면 참 좋겠지만 살다보면 여의치 않게 저혈당과 마주하는 시간이 오는데

그것이 제발 자는 동안만 아니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자는 동안에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나는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면 두렵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합병증이 찾아와서 무섭다지만 지금 나에겐 저혈당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고혈당은 나름대로 평소에 관리를 잘 하면 심각한 수치는 안 나오지만 저혈당은 그 날의 컨디션, 식사량, 우연한 신체적 노동량과 체력 소모에 따라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등산을 하게 되거나 오랫동안 운동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가방에 오렌지주스를 챙긴다.


평소엔 피해야하는 음료가 위급한 순간에 나를 살려준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독이 되기도 하지만 약이 되기도 하는 것. 그 오렌지쥬스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늘 챙겨야하는 나는 어느 순간 세상 만사가 다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때가 있다.

'죽거나 살거나 둘 중에 하나. 그럼 오늘은 일단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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