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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Oct 04. 2021

로제 프레네 - 결혼생활

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11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https://collection.barnesfoundation.org/objects/6866/Married-Life-(La-Vie-conjugale)/details

Roger de La Fresnaye <Married Life> 1913. Oil on canvas 119.4 x 151.1 cm

Barnes Foundation Collection, Philadelphia


도슨트 설명

프랑스 입체파 화가 로제 드 라 프레네의 <결혼 생활>입니다. 입체파 그림이라 좀 어려운 듯 하지만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지요? 등장하는 남녀는 자세를 보니 제법 오랫동안 함께 지낸 편한 사이 같아요. 남자가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벗고 있는 여자나, 벗은 여자가 곁에 있어도 시선을 안주는 남자나, 생각해보니 <결혼 생활>이라는 제목이 재미있네요.

현재는 함께 있어도 따로따로 각자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 합니다. 남자는 양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완전히 벌거벗은 여자의 손은 남자의 팔에 얽혀있고요. 팔과 손이  결혼생활의 연결고리 같습니다. 옷을 입고 벗은 표현은 바깥 일을 하는 남자와 집안에 있는 여자를 대비하는 겁니다.

무릎에 신문을 펴고 양복을 입은 남자는 문화와 지성을, 벌거벗은 여자의 꿈꾸는 듯한 휴식은 육체적 관능을 상징합니다. 그 당시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된 표준적인 역할이에요. 안타깝게도 이런 관념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있지요.

방안은 기하학적인 구성의 단순한 가정용품으로 남녀를 둘러쌌습니다. 텀블러, 접시, 과일, 책, 재떨이, 테이블, 마치 정물화의 오브제들 같습니다. 남자의 얼굴과 가파르게 경사진 탁상을 같은 평면으로 처리하여 솔리드 기하학을 강조합니다. 사람의 손가락을 책 더미와 같은 모양으로 그렸죠? 그것도 기하학적인 양식입니다. 아마도 후기 인상파, 특히 세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세잔의 정물이 평면화된 것처럼요.

프레네가 이 그림을 그렸을 때는 29세였어요. 입체파 연구의 열렬한 절정기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입체파를 통합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의 작품은 구조적인 느낌보다는 장식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구성은 입체파인데 거기에 야수파의 강렬한 색상을 도입했어요. 그림을 보니까 피카소의 입체화하고는 좀 다른 느낌이 들죠? 재현적인 묘사가 보입니다. 자신만의 특징을 찾기까지 무단히 미술 공부를 해온 로제 프레네의 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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