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gen Oct 18. 2021

파올로 베로네제 -사랑의 네 가지 알레고리

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13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도슨트 설명

https://www.nationalgallery.org.uk/paintings/paolo-veronese-unfaithfulness  

Paolo Veronese <4 Allegories of Love>  c.1575. oil on canvas. 189.9 x 189.9 cm

The National Gallery, London


아래 4개의 그림은 파올로 베로네제의 <사랑의 알레고리>입니다. 여러분은 ‘사랑’이라 하면 어떤 단어들이 생각나시나요? 잠깐 생각해볼까요? 신뢰, 진실, 영원불변, 불멸, 열정, 여러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베로네제는 어떤 것을 주제로 삼았는지 보겠습니다.

부정(Unfaithfulness), 경멸(Scorn), 존경(Respect), 행복한 결합(Happy Union)이라는 제목은 1727년에 붙인 것이고요, 정확한 의미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이 그림들은 그림 속 건축적 요소가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천장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스듬한 원근법을 사용한 것이지요. 보는 사람의 머리 바로 위에 있는 것처럼 인물의 극단적인 왜곡을 피하면서 그림 아래 비스듬한 곳을 축소 각도로 잡았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참 어색한데요, 천장에 있어야 할 그림을 벽에서 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입니다. 네 개의 그림을 맞춰보면 천장에서 서로 연결하는데 편리한 대각선으로 구성됐는데요, 강력한 이견도 있습니다.

하나의 천장이 아니라 스위트 룸을 이룬 네 개의 방을 위해 그린 것이라고 해요. 각각의 그림에서 그림자를 보면 빛이 다 같은 방향에서 들어오거든요. 네 장면은 순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스토리가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행복한 결합>에 등장하는 남자는 다른 장면에는 없어요. 네 장면의 우화들은 사랑의 다양한 속성, 또는 행복한 결합으로 절정에 이르는 사랑의 여러 단계를 그린 것 같습니다.

이 그림 속 인물들을 보면 마치 조각처럼 입체감이 나죠? 베로네제는 아버지에게서 석공 훈련을 받다가 화가가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그릴 때에도 조각 방식으로 사물이 3차원인 것을 생각하고 그리는 겁니다. 네 개 그림의 평평한 회색 배경은 스몰트(산화 코발트로 착색된 분쇄 유리로 만든 파란색 안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하늘이 코발트 블루의 빛을 잃고 회색으로 변색한 거에요. 각 장면들을 살펴볼까요?


(이 그림에 대한 Veronese의 펜과 잉크로 된 인물 연구 시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다.)


1.부정(不貞 Unfaithfulness)

벌거벗은 여인이 양쪽 남자들의 손을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손에는 쪽지가 쥐어져 있는데요,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지,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지는 알 수 없지요. 우리가 보기는 어렵지만 연구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Ch.. / mi 라는 빨간색 글자가 써있는데 “소유”를 뜻하는 'che / uno possede' 라고 합니다. “누가 나를 소유하는가” 또는 “남자가 한 명 있는 여자”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여자와 같은 포즈로 등을 보이는 아이는 여자의 다리를 잡고, 이 여자는 양쪽의 남자와 아이에게 안겨있는 모습입니다. <부정>은 결혼의 속임수라기 보다는 구애의 우유부단함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다른 그림 <행복한 결합>에 있는 남자는 이 두 남자들이 아니거든요.

오른쪽 남자의 적갈색 재킷과 부츠는 색소 저하로 인해 원래 조형의 많은 부분을 잃어 버렸고 큐피드의 날개 색상이 변경되었습니다. 잎의 녹색 구리 수지산염 중 일부가 갈색으로 산화되었습니다.


2.경멸(Scorn)

이 그림은 시리즈 중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그림입니다. 벌거벗은 남자가 두 개의 조각으로 장식된 건물의 폐허 위에 누워 있습니다. 큐피드는 남자의 가슴에 서서 활로 그를 때리는데요, 그 끈이 끊어져 사랑 자체가 끊어졌음을 암시합니다. 그림에는 이 광경을 바라보는 두 명의 여성도 있습니다. 하나는 옷을 벗은 상태로 정욕과 육체적 사랑을 상징하고요, 다른 하나는 옷을 입고 있는데 순결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두 여성은 사랑이 욕망과 헌신을 아우르는 동시에 분할되기도 하는 예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림의 제목과 묘사를 바탕으로 보면 욕망과 헌신의 갈림길을 묘사했습니다.


3. 존경(Respect)

큐피드는 군복을 입은 남자를 침대에서 자고 있는 벌거벗은 여자 쪽으로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남자는 그림 밖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것 같습니다. 남자의 일그러진 자세는 그의 딜레마를 암시합니다. 그는 동시에 두 가지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주제는 성적 유혹과 구속에 관한 것 같습니다. '존경'이라는 제목은 1727년에 붙은 것일 뿐이지만, 남자는 여자가 잠들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존경하기 위해 유혹을 참기로 결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4. 행복한 결합(Happy Union)

부부 사이의 결합은 미덕을 상징하는 월계관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로 표시됩니다. 소년이 여자에게 붙인 금 사슬은 아마도 결혼을 의미하겠지요? 회화에서 개는 충실함, 충성심의 상징입니다. 남자는 손목에 여러 번 감긴 얇은 금 사슬을 차고 있습니다. 돌 지구와 풍요의 뿔에 앉아 있는 여자는 대신에 평화(올리브 가지)와 풍요로 충성도를 보상하는 미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불분명하지만, <사랑의 네 가지 알레고리>의 의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원래 그려진 곳의 위치와 그곳을 사용하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40432

<Studies for The Allegories of Love> 1570-1575. Pen and brown ink, brush and brown wash.

32 x 22.2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York



이전 14화 프랑수아 밀레 - 괭이를 든 남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