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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Feb 07. 2023

디륵 플라이쉬만 <나의 열대우림 농장>

과학과 예술의 접목 설치작품

디륵 플라이쉬만Dirk Fleischmann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으나 미술로 전환하였고, 독일을 기반으로 싱가폴, 필리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제와 생태문제를 다루는 장기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의열대우림농장>은 탄소 상쇄(Carbon Offsetting)를 위한 나무심기 프로젝트로 탄소배출권(carbon credit)을 둘러싼 담론의 공간을 제시한다. 그의 나무심기는 생태학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에서 출발했다. 독일의 플럭서스 Fluxus 예술가인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도 독일 카셀에 7천 그루의 참나무를 심었었다. 그 비용은 카셀 시에서 지불했고, 그 프로젝트는 카셀의 풍경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디륵 플라이쉬만의 <나의 열대우림 농장> 프로젝트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끌고 예술작품을 사용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을 묘사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전시작품 <나의 열대우림 농장My forest farm>은 나무로 만든 좌대, 좌대 위에 놓인 노트 북 컴퓨터, 1838장의 CD기둥, 벽에 전시된 CD사진으로 이루어졌다.


디륵 플라이쉬만 <나의 열대우림 농장> 2010. 리움미술관 전시작품.


그는 탄소 배출권 판매를 위해서 필리핀의 농장에서 1838그루의 나무를 키우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은 myforestfarm.com에서 농장 관리상태를 투명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전시장 좌대에 놓여진 노트북을 실제로 사용하여 마이 포레스트 팜에 접속할 수 있다.

필리핀 안티폴로시티 리잘 지역에 있는 마이 포레스트 팜은 2008년에 디륵 플라이쉬만이 개념화하고 설립하였으며 토마스 다퀴오악 Thomas Daquioag,  루돌프 페러Rodolfo Ferrer, 레나토 하불란Ranato Habulan과 공동개발하였다. 실제 농장은 약 2헥타르의 땅에 20종 이상의 다양한 수종을 심었다. 그중에는 멸종 위기의 토종 삼림나무도 있다. 농장은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관리에 기계를 사용하지 않아 기계가 배출하는 CO2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흡수의 식별, 검증에 관한 복잡성을 입증하기 위한 숲 실험실이다.

디륵 플라이쉬만은 이 숲을 예술작품화하여 도시에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농장에 찾아오지 않아도 숲을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설치작품 <나의 열대우림농장>은 탄소의 감축이라는 실체 없는 현상이 어떻게 상품으로 매매 될 수 있는가의 무형의 거래를 입증해 보려는 의도로 제작하였다.

실제로 가보지 않은 농장을 인터넷을 통하여 지형을 파악하고, 나무의 상태를 확인하는 인식의 과정은 보이지 않는 비지니스의 거래가 성사되는 대상이 된다.


나무처럼 쌓아올린 1838개의 CD는 디지털과 나무로서의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 기표와 기의 간의 일대일 대응을 시각화 한 것이다.

1838개의 CD를 쌓아올려 나무를 형상화했다.


아름다운 무지개빛 CD. 나무 사진을 CD에 구운 것.

벽에 전시된 아름다운 오로라 같은 사진들은 CD에 수록된 나무의 사진들이고, 이 좌대의 형태는 농장 모습 그대로이다. 각각 촬영한 나무를 CD에 굽고. 그것을 근접촬영하여 추상적인 색상 그라데이션을 보여준다. 누구라도 CD를 근접촬영해보면 마치 오로라와 같은 색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왼쪽 - 티크나무,  중앙 - 코코넛 나무,  오른쪽 - 칼라만시 나무


실제 농장 모습을 그대로 축소한 설치작품. <나의 열대우림 농장>


디륵 플라이쉬만은 간이판매점, 양계장, 태양열발전소, 의류공장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그의 사업들은 예술이라는 개념적 활동이 비지니스를 기반으로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함이다. 초콜렛, 닭, 달걀, 셔츠등 구체적인 물건을 비지니스라는 과정을 통해 추상적인 개념의 예술로 변모시키려는 시도이다. <나의 열대우림 농장>은 그가 10여년간 비지니스로 벌어들인 모든 자본을 투입한 프로젝트이다.


이 작품은 가상과 실재는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일치하는 것이기도 함을 보여 준다.


디륵 플라이쉬만이 키우는 나무들이 그의 것은 아니다. 탄소발자국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심은 환경나무이다. 우리가족도 한 때는 비행기를 타고 다닐 때마다 사막화되어가는 몽골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 탄소배출 비용을 지불했다. 언제부턴가 느긋해져서 지금은 깨어있던 사고가 잠든 상태이다. 디륵 플라이쉬만은 아직도 열심히 나무를 키우고 작품활동을 하는데, 잠든 나도 다시 깨어나야겠다. 잠들기는 쉽고 각성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 보내오는 여러가지 신호음을 귀담아 듣는 예술가(작가), 그 소리를 흘려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관람객)에게 전달하는 예술가의 행위는 참 아름답다. 눈어두운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것이 예술작품의 역할이리라. 시대의 요구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충실한 작가에게 찬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23일 1월30, 독일의 동튀링엔 신문(Ostthueringer Zeitung)에 디륵 플라이쉬만에 대한 근황이 뉴스로 올라왔다.

베르가Berga의 도시 소방대 대표들은 만장일치로 디륵 플라이쉬만을 새로운 도시 소방서장으로 비밀 투표를 통해 선출했다는 소식이다. 52세의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1994년부터 소방서의 일원이었다. 그는 또한 그룹 및 소대장으로서 관리 업무를 맡았다.

https://www.otz.de/regionen/greiz/dirk-fleischmann-wird-neuer-stadtbrandmeister-in-berga-id2375039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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