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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16. 2020

귀스타프 카유보트-마루 깎는 사람들

비전문가의 그림감상

감상鑑賞이 아닌 감상感想입니다.


귀스타프 카유보트 - 마루 깎는 사람들 The Floor  Scrapers


60년대에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우리 모두가 공유한 초등학교 시절의 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무릎꿇고 앉아 나무 마루를 길들이던 기억, 그런 기억 없으세요?
복도에서 무릎꿇고 마루에 왁스칠을 하며 마른 걸레로 문지르던 때는 그것이 지겹기도 했고, 그러나 때로는 재미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고 우리 애들이 학교에서 그런 모습으로 청소를 하는 모습은 나를 화나게 하더군요.
전체 학생들을 다 복도로 내몰아 무릎꿇게 하는 것, 그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마루를 열심히 문질러야 하는 일, 우리 어머님 때부터 학교에서 하던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싫었지요. 복종을 강요하는 자세.그런 방법 대로 우리 아이들도 하다니.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1980년대) 학교장 선생님들은 대부분이 일제시대에 사범학교를 다니신 분들의 연령이셨어요.
난 무릎꿇고 마루 길들이는 것을 아이들에게 단체로 시키는 것이 괜히 화나고 싫었습니다.사실은 그런 의식조차 없이 당연히 하는 청소의 방법으로 시켰을지라도 일제시대의 잔영을 보는 것 같아서 불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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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usee-orsay.fr에서 가져옴

Gustave Caillebotte, The Floor Scrapers, 1875
oil on canvas 102x146.5cm Musee d'Orsay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오르세이에는 귀스타프 카유보트의 마루를 다듬는 세 청년의 그림이 있어요.
그 그림을 보면서 옛 생각이 연상되더군요. 이런 걸 보면 무슨 예술 창작품이든지 창작한 작가의 의도와 감상자의 느낌은 참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을 느껴요.
물론 해석은 정설이 있지만, 감상은 제각각입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세요.<빛>을 느낄 수 있지 않아요? 저는 이 빛이 참 좋습니다.
마루를 번들번들하게 비춰주는 빛, 엎드린 남자의 등에 쏟아지는 빛. 왼쪽 남자의 등에 근육과 골격이 살아있는 듯 드러나지요? 역시 인상파 그림은 빛의 마술입니다!
왼쪽 사람은 일에 몰두한 것 같고, 오른 쪽 사람은 가운데 사람에게 뭔가 말을 건넨 것같아요. 가운데 사람도 고개를 옆사람 쪽으로 약간 기울인 것 같고요.(여기서 오른쪽 왼쪽 방향은 그림을 보는 우리쪽에서의 방향을 가르칩니다. 그림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에겐 우리와 반대의 방향이 되겠지요.)
이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요? 목수의 일? 점심 메뉴? 어젯밤 나눈 사랑이야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보면 참 재미있지요.
화가가 그려서 첫번째 창작이 되고, 그걸 보고 감상하는 사람을 통하여 두번째의 창작이 이루어지는 것이 미술감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 신축학교들은 더이상 나무 바닥이 아니어서 나무 마루에 왁스칠하여 길들이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교생을 복도에 집합시키고 무릎 꿇고 마루나 문지르고 있으라고 한다면 그대로 복종하고 순종할 학생들도 없을 겁니다.
마루를 다듬는 위의 세 청년들을 바라보는 카유보트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요? 그는 왜 이들을 그리고싶은 충동을 느꼈을까요?
나의 "마루 길들이기" 생각과는 다르겠지요.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의 등에 쏟아지는 빛이 화가의 시선을 끌었을지도 모릅니다. 네모 틀만 갔다 끼워넣으면 제대로 바로 잡히는 구도가 화가의 본능을 건드렸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다만 나의 시선으로 이 그림을 볼 뿐이지요.

이 그림을 발표했을 당시엔 호평이 아닌 혹평을 받았었답니다.
쌀롱전에 출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갈색, 회색, 베이지색의 어두운 색깔과 작품의 주제가 촌스럽다는 평까지 받았다는군요. 지금은 노동자들을 주제로 한 그림이 참 많기도 한데...
카유보트는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아 인상파화가들의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지요. 그 자신이 인상파 화풍의 붓을 휘두르기도 했고, 동료들의 작품을 콜렉션하여, 인상파의 발전에 한 몫 단단히 한 사람이랍니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마네,모네, 세잔, 고호... 그런 화가들보다 앞서 있지는 않은 것같아요.

인상파가 활개치던 시대를 조용히 살다간 귀스타포 카유보트. 그러나, 그가 남긴 몇 점의 그림은 그의 생처럼 그렇게 조용하지가 않군요. 먼 동양의 한 구석에 있는 나의 가슴에 강한 자극으로 남겨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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