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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09. 2020

내 여자는 훌륭하다

여자가 쓴 남자 이야기 1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남자.

커다란 트렁크 속에서 짐 꾸러미 하나 씩 꺼내 놓는다.

가장 큰 주머니는당연히 빨래 보따리.

 개의 선물 꾸러미도나오는데 은근히 무엇일까 설레이는 여자. 여자의 몫으로 사온 선물은 기내 면세품인 콤팩트  . 여행 트렁크는  비웠다.  나올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은근 심드렁해진 여자.


남자는 출장에 동행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쇼핑을 많이 했는지 흉을 보기 시작한다.

누구 와이프는 무슨무슨 화장품 리스트를 적어보냈다는 둥, 누구는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사오랬다는 둥. 가방도 사고 화장품도 한 보따리 사고 유명 디자이너의 실크 스카프도 사고…


그 남자의 수다는계속된다.

같이 다니기 창피해서 혼났다니까. 비행기 속에서 생각하니 당신이 부탁  했어도 내가 서운해서 그냥  콤팩트 하나 샀어. 괜찮지? (으그, 그래 괜찮다.   사와도,  비싼  왕창 사와도 괜찮다.)


남자는  자기 여자를 아주 높은(?) 인격체로 생각한다. 선물 같은 것에 마음 빼앗길 여자 아니라고.  

쇼핑에 눈 먼 여자 아니라고. 유명 브랜드에는 눈길도 안 준다고. 자기 여자는 그런 것 다 초월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수준이 아닌 여자는 물욕이 많으며, 허영심이 많으며,   여자들이라고 흉을 봐대는 통에 여자는  소리 못하고 그냥 세상 것에 초월한 고품격의 여자 행세를 한다.


남자는 자기 여자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안다고 자부한다.

처음 출장 때 수십 만원 짜리 아주 쬐끄만 영양크림 사다주고 여자에게 엄청 혼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쳤어? 우리 생활비가 얼만데 이렇게 비싼 것을 덥석 사오고, 아휴 속상해 못살아 이거 돈으로 바꿔와 어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도 그대로 기억난다.  

기특하다. 그런 기억 잊지 않고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는 여자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남자, 정말 기특하다.(그래, 기특하다 기특해.) 


아이구 이 남자야. 지금은 그 때보다 월급이 몇 곱절이나 더 올랐다. 아파트도 샀다. 비싼 거 사다줘도 펄쩍 뛰지 않고 슬쩍 눈감아줄 아량(?)도 커졌다.(은근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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