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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레모스 Oct 26. 2022

매번 실패함에도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 쓰려 하는 나에 대해 이야기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 어언 1 반이 지났다. 되고 나서는 그렇게도 기뻤고 친한 지인들에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자랑까지 했었다. ‘그러나 정말 부끄럽게도 나는 지난 1 6개월의 시간동안 오직 8편의 글밖에 브런치에 올리지 못했다.

‘작가의 서랍’이라고 공개할 글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공간에는 몇 줄이라도 끄적인 글들이 제법 있으나, 입지 않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서랍 안의 옷처럼 내 글들도 그렇게 버림받은(?)채로 남아 있다.


글을 쓰고 싶어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그럼에도 나의 현 글쓰기 수준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핑계는 늘 정말 매우 많다. 모든 사람은 바쁘니까. 나 역시 아이를 둘 키우는 엄마이자 팀원을 책임지는 팀 리드이고 기타 등등 글을 못 쓸 이유는 늘 100개 정도 댈 수 있을 정도다.


마지막 글을 쓴 건 아마도 기억나지 않지만 6개월도 전일텐데 역설적이게도 근래에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더 강렬하고 간절해졌다. 그럼에도 조용히 앉아 나의 생각을 써내려 나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모든 일은 첫걸음이 쉽지 않다고, 광고인 박웅현씨의 ‘여덟단어’를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읽으며 ‘아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의 글쓰기 책을 읽으며 밑줄도 벅벅 그으며 나도 글을 써야 하는데를 외치기가 벌써 몇달째였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어쩔 수 없는, 혹은 필연적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트리거가 필요했던 것 같다. 오늘 나의 멘토 선배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근래에 겪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도 받고 또 한편으로는 그분의 따끔한 조언과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가장 유익했던 건 아마도 대화를 통해 나는 시간이 없어 글쓰기를 못하는게 아니라는 뼈아픈 사실이었다. 그렇다, 그건 모두 핑계였을 뿐임을 나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어야 글을 쓸 수 있는게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글쓰기와 관련된 이런 저런 수업을 정말 작정하고 들어보려고 네이버에 검색을 하다가 클래스101에서 이런 저런 공개 강의를 들어 보게 되었다. 2명의 강의를 살짝 맛보기 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 분의 영상에 끌려 약 3-4편 정도의 맛보기 강의를 통해 좋은 질문과 동기부여를 받아 다시 용기를 내어 이렇게 몇 자를 적어 본다.

그분은 유료 강의를 듣기 전(나는 아마도 이 강의를 유료로 듣기 위해 결제할 것 같다. 사람을 돈을 내야 열심히 한다는 진리) ‘글쓰기 준비편’에서 이런 질문들을 내게 던졌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무엇을 쓰고 쓰고 싶은가?”

“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끌리며 무엇을 말할 때 즐거운 사람인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인가?”


모두 다 너무 좋은 질문이다. 나를 탐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질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가장 쉽고 본질적으로 보이는 질문이 사실은 가장 답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 딱 하나, 가장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해 보고자 한다. 글쓰기의 매력이자 어려움은 솔직해지기일텐데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를 그대로 드러내보려 한다.


첫째, 나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이를 통해 유명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의 글을 통해 누군가가 도움을 받고 영감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거나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 너무 보람 있을 것 같다.


둘째로, 나는 내가 한 말들을 글로 바꾸고 싶다. 오랜 세월 말을 통해 타인을 설득하는 영업과 정제되면서도 화려한 언어를 통해 타인을 움직이는 강의를 직업으로 삼아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수없이 많은 말을 생각하고 전달해왔음에도 혹자의 말처럼 ‘기록하지 않는 것은 잊혀지기’ 때문에 나는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흘려 보내지 않고 그 순간을 붙잡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셋째, 글쓰기는 사실 누구보다도 나를 위한 과정인 것 같다. 요즘은 글을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잠시나마 링트인이나 인스타그램을 열고 짧게나마 글을 쓴다. 그것은 나의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고, 나 자신에게 해주는 스스로의 lesson learned를 다시 한번 확인사살해주는 것 같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가 되고 있다.


넷째, 가끔 주변인들이 나에게 글을 쓰라고 권한다. 감사하게도 여러 경험과 도전을 통해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고 좋은 질문과 해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들 말해준다. 나에게 코칭을 받은 동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이 너는 꼭 책을 써봐라고 이야기 해준다. 때로는 전직장 팀원이 팀장님의 워킹맘 생활을 책으로 써주세요, 그게 결혼을 앞둔 저에게는 너무 필요한 발자취인거 같아요 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때로는 주변인들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그들이 나의 미래 독자이기도 할 것이다!


네가지나 거창해 보이는 이유를 적었지만 사실 흘러가는 맥은 비슷해 보인다. 즉,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글쓰기를 하고 싶었고, 그것이 나를 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나는 정말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고 쓰고 싶어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흘려보낸 지난 18개월을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손에서 놓아버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부터는 붙잡고 나의 것으로 만들기를 결심해 본다.


글쓰는 작가, 에레모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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