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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레모스 Aug 13. 2023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을 움켜잡는다.

매일 적는 5가지 감사제목의 마법

어느덧 화요일 출근길 지하철 안이다. 금요일이 가까워지고 있으니(월요일보다는) 주말만 기다리는 직장인으로서 시간의 흘러감이 기쁠 따름이다.

정신을 부여잡지 않으면 매일의 일상은 어제와 같은 오늘로 copy & paste가 된다. 알람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정신없이 아이들 아침을 챙겨준 후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바로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거나, 출근을 위해 백팩을 맨채 뜨거운 태양과 함께 버스 - 지하철 - 버스로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이렇게 흘러가는 일상의 순간을 붙잡는 때가 있다면 자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감사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일상과 일에서 밀려오는 우울과 좌절을 견딜 수 없어 삶의 관점을 틀어보고자 시작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다. 소소한 것부터 그날만의 특별함까지 매일 5가지 감사제목을 적어내려는 가는 감사일기는 지금의 건강한 나를 있게 한 나만의 비밀병기다. 어느 날은 5가지 감사를 채우지 못해 머리를 쥐어짜기도 하고 어느 날은 고민할 것 없이 감사한 일이 줄줄 쓰여 내려가는 하루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이 습관은 그 자체로 내 일상의 거울이자 교훈이 되어가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말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만물과 삶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80년, 100년의 인생에서 오늘 하루하루는 변화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정물화처럼 느껴지거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흘러가는 강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 살고 있는 건지, 원하는 삶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건지 집중해서 바라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삶에 머물렀던 어떤 순간들을 나의 손으로, 두 눈으로, 진실한 마음으로 꽉 움켜잡아본다. 사람이 빽빽한 7호선 지하철에 앉아 메모장을 꺼내 열심히 내 삶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일상은 바쁨과 허무, 혹은 평범함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 오히려 기록을 통해 추억을 축적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곧 출근을 위한 전장, 청담역에 도착한다. 앉은자리에서 잠시 손을 뻗어 허공에서 왼손 주먹을 살며시 움켜쥐어 본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듯 움켜쥔 손에는 몽글몽글 힘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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