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제주살이, 구좌읍 파도타기
코로나가 아직 한창이던 2021년 회사는 코로나 덕분에 엄청 성장하고 있었고 덕분에 직원들은 Success from anywhere, work from anywhere라는 모토 하에 재택근무와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누리고 있었다.
펜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재택근무를 하며 외향적이고 외부 활동을 많이 했던 나는 답답함이 컸다. 재택근무는 나의 활동 에너지를 아껴주었지만 어딘가 방출할 곳이 없어 나는 약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기저기 글을 보다 한 달 살기가 유행이라는 말에 이거다 싶어 아이들 방학을 맞아 2주 제주살이에 도전했다. 며칠은 휴가를 내고 며칠은 제주에서 일하며 살아보고 싶은 욕망을 욕심내 보기로 했다. 왜 외국 애들이 사진 올리는 걸 보면 바닷가 앞에서도 맥북을 열어 일하는 뭐 그런 사진, 그래서 나도 바닷가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럴듯하게 일하는 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환상을 현실화해 보기로.
결론적으로 그러기에 나에겐 돈도 부족, 더 뒤지고 알아볼 열정도 부족해 우리의 현실 타협점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좌읍의 어느 한 마을로 귀결되었다. 푸른 마당이 있어 부엌의 테이블에서 녹음을 보며 일할 수 있어 좋았고 네 식구가 부엌 한 칸, 방 한 칸 집에서 복작거리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걸어 정말 3분이면 바닷가가 펼쳐졌다. 차를 타고 좀 더 나가면 세화해변이 있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우도로 떠나는 선착장이 있는 지역이었지만 바닷가엔 늘 사람이 별로 없어 우리 가족이 거의 바다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파라솔이나 베드 같은 건 꿈꾸기도 어려웠고 그나마 정자가 하나 달랑 있어 거기 앉아 눈으로는 바닷가의 아이들을 살피고 나는 핫스팟을 잡아 뜨거워지는 맥북을 달래며 미팅도 하고 일도 해나가는 시간이었다.
남편은 아이들의 신나는 물놀이는 위해 악어튜브 2마리에 4인 구명조끼를 준비해 가져왔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던 거 같다. 날이 궂을 때도 바닷가에 들어가 추워, 추워를 연신 외치지만 워터파크 파도풀은 진심 저리 가라 할만한 진짜 크고 거대한 파도가 그곳에는 있었다.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아이 둘과 두둥실 누워 구명조끼를 의지해 파도를 타고 있으면 이게 뭐라고 그저 신나고 재미있어 끝없이 놀고 깔깔거리곤 했다. 혼자는 겁나 떠있지도 못하는 당시 7살 둘째는 파도타기가 너무 재미있었나 보다. 매일 파도를 타러 가자며 내 손을 끌었고 그 아이와 밀려오는 파도를 잘 관찰하며 때로는 진짜 파도를 잘 타며 때로는 때를 놓쳐 소금기에 절여 풍덩 빠져가며 그렇게 8월의 제주를 마음껏 누렸다.
바다 하면 그래서 지금도 생각나는 건 '파도'다. 정확하게는 파도타기겠지. 이 글을 쓰는 지금 구좌읍 그 바닷가가가 갑자기 못 견디게 그리워진다. 올여름은 태풍과 함께 어느덧 저 멀리 가고 있는 거 같고, 내년 여름엔 제주를 다시 찾아가 그 바닷가에서 그때보다는 한층 성장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추억의 파도타기를 재현해 봐야겠다.
[제주 어느 카페에서, 방명록 작성 중인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