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은 울다 잠이 든다.
초등학교 5학년 사춘기 딸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벌써 몇십 분째 서럽게 운다. 며칠째 동생과 투닥투닥하며 싸우다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가 주체가 안되나 보다. 보통 때는 내가 좀 달래주면 금세 진정하고 아빠나 동생은 안돼도 엄마는 들어오라고 허용해 줬는데 오늘은 나도 문전박대다.
맘 약한 남편은 딸아이 방문 앞을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한다. “예인아 사랑해.” 갑자기 절절한 사랑고백도 해가며 딸을 달래 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나는 거기 눈치 없이 서 있지 말고 이리 오라고 얼른 수신호를 보낸다.
고요한 밤, 서럽게 우는 소리가 집안 가득하다. 뭐가 저리 속상한지 듣는 애미맘은 더 속상하다. 자라 가는 과정이겠거니 하면서도 나는 모르는 아이의 감정과 내면인지라 답답하고 어떻게 이 시간들을 보내야 하나 두렵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딸이 우는 건 전적으로 여름방학 탓이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을 싫어하는데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하니 싫단다. 실제 예전 같지 않아 학원에 가거나 전화를 해서 약속해서 친구를 만나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날은 덥고 집에는 오래 동생과 머물고 루틴은 깨져있고 엄마는 곁에 있으나 일만 하고 딸도 답답했겠다 싶다.
실컷 울고 감정이 풀려 내일이면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밝게 까부는 큰딸로 돌아오겠지 하고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우리는 그런 사이니까.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어른이 되어가는 - 몸과 마음이 커간다는 건 천지가 개벽하는 정도의 일인가 보다. 문득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시가 떠오른다. 우리 아이도 나도 그렇게 성장해 가겠지.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장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