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는 나, 그 속에 숨어 있는 나
며칠 전 아침,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그동안 메모장에 적어둔 글을 하나 둘 열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글을 쓸까 늘 고민하는데 의외로 메모장에는 일상의 내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둔 글감이 꽤나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오늘은 써둔 글 중 하나를 잘 정리해서 올려보자 그런 마음으로 뒤지다 보니 꽤 완성도 높게 써둔 글을 방치해 둔 게 있어 브런치에 올려 보았습니다.
괜찮은 사진을 함께 올리고 싶어 구글 포토를 뒤지는데 글보다 사진 고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맞는 사진 고르는 게 쉽지 않습니다. 2년 전 감명 깊게 보았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회 사진 2장을 어렵게 골라 붙여 넣었습니다. 당분간 사진은 글에 넣지 않기로 다짐도 해봅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그 느낌)
생각보다 빨리 끝난 글 한편 올리기 아침 미션에, 메모장을 내친김에 정리해 보자 하며 하나씩 읽어보고 삭제하고 통합해 봅니다. 생각날 때마다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폰 메모장에 메모를 참 부지런히도 했다 싶습니다. 그러면서 메모를 정리하는데 어? 생각지 못하게 분류가 되기 시작합니다. 엄마, 여행, 코칭, 신앙, 경제, 글쓰기, 책 서평, 노래, 회사일 등등. 메모를 정리하다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 사람인지 갑자기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10개의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내용은 거의 없다는 걸 발견합니다. 우와, 나 이런 것에 관심 있구나. 내가 관심 있는 거 대부분 뻔하구나 등.
뜻밖의 수확입니다. 정리하고 정리하다 보니 심지어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했는지가 여기저기에서 발견됩니다. 책을 읽다가, 일을 하다, 아이들과 놀다가. 삶은 이렇게나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는 통합적인 사람임을 다시 한번 발견도 합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메모가 몇 십 개 있습니다. 휴 이걸 언제 다 정리하나 싶다가도 서랍 속 보물을 발견한 도굴꾼의 마음을 오늘 경험했으니, 내일 새벽에도 기꺼이 메모를 정리하며 만나게 될 또 다른 보물섬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