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매서운 겨울 한파가 10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집에만 있기에 딱 좋은 날씨이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깔짝깔짝이라도 동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4명의 가족이 단란하게 같이 서있었다.
막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아빠를 백허그를 해서 포근하게 기대 본다.
문득 "그래 아이는 2명은 있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고 단란한 가족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그때 아이가 너무 기댄 나머지 아빠가 살짝 앞으로 쏠렸다. 좀 더 앞으로 나갔다면 차도였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겠으나 차가 지나고 있던 때도 아니었고 옆에서 지켜봐 본 시각으론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엄마가 "야~ 너 또 OO 야 정신 안 차려?"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빠가 뒤를 돌더니 아이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장난으로 흔드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진심으로 멱살을 잡고 아주 잡아 죽일 듯한 눈빛으로 아이에게 윽박지른다.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도 그렇게 까지 분노와 화가 잔뜩 찬 얼굴과 눈빛은 안 했을 것 같다. 아이는 그게 아니라고 변명해보지만 아빠는 너 또 그래? 제대로 안 할 거야?라고 화를 낸다.
엄마와 첫째 아이는 늘 있는 일인 듯 말리지도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걸어간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족들 뒤를 쫓아가기 시작하였다.
신호 대기하는 불과 1분 사이에 내가 바라본 그 가족은 단란하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에서 한 순간이라도 같이 살면 숨 막힐 것 같은 가정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얼마나 스스로 자책할까
"내가 그때 아빠를 껴 안지 않았다면"
"내가 잘 처신해서 아빠를 밀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냥 내가 없었더라면"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그 아이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 부모님도 안쓰럽기까지 했다.
뭐 그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정말 말은 안 듣는 구재 불능 아이였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아이에게 그런 마음과 태도라면 후회하는 날이 올 텐데~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마음 문은 온갖 주문을 외워도 열리지 않는 문이 되어 버릴 테니까
혹시 나도 우리 아이에게 혹은 다른 아이에게 그런 태도를 보인적이 있었던가? 되돌아보았다.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없어도 적어도 아이 때문에 화가 나서 스스로 주체를 못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 덕분에 더 행복한 추억이 더 많은 것 같다.
오늘 저녁 먹으면서 아이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올해 2025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음.. 첫 번째는 가족 여행 가기, 두 번째는 종이접기 더 잘하기"라고 답한다.
대단한 해외여행은 가보진 않았어도 항상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소소하게 가족끼리 여행도 다니고 그랬는데 그게 아이에겐 좋은 경험이었나 보다.
그림일기를 보아도 대부분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장면이 더 많아 보였다.
대단한 사교육을 시킨 것도 영재 소리 들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보유한 아이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 폰보다는 넓은 세상을 다양하게 경험을 할 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은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앞서 그 아이 부모님에게는 이런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자녀는 통제의 대상이 아닙니다. 훈육은 필요하지만 내 감정이 섞이는 순간 또 다른 폭력이 되고 맙니다.
그저 당신의 자녀는 사랑받고 싶어 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