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위복이 된 시간

by 글로벌 오지라퍼

사우디 알울라는 관광지이긴 하지만 사우디가 아직 관광 문호를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숙박 시설이 많지가 않다.

그 흔한 체인형 호텔도 보이지 않았고 엄청 비싸거나 저가형 모텔 급 정도..

에어비앤비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도 혼자 여행이니까 숙박, 식비는 조금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에어비앤비로 1박당 $60 정도로 적당한 걸로 찾아서 예약을 하였고 알울라 여행 내내 연박을 하고자 하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알울라 에어비앤비 체크인을 했는데 뭔가 창고 같은 방으로 안내를 하더라~

관리가 안된 듯한 느낌이었고 바닥과 침대, 싱크대 등은 매우 오랜 시간 청소가 전혀 안된 듯 보였다.

침대도 쓱~ 닦아 보니 먼지가 가득

사우디가 사막 기후이다 보니 모래가 방 안으로 들어왔었나?

그렇다 쳐도 돈을 받고 하는 숙소인데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방을 바꿔주거나 청소를 다시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하고 잠을 청하였는데~


밤 12시가 되었을 무렵 갑자기 전화..

한국과 시차가 있으니 한국에서 온 전화인가 싶었는데 왓챗으로 연락이 오더라.. 그것도 사우디에서..

그냥 무시하고 잠을 청했는데 이번엔 방을 열라고 누군가 소리를 친다.


그는 호스트의 오더를 받고 방 청소 및 침대 커버를 바꿔 주겠다는 하우스키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오라고 했는데도 약간 위협적인 언행과 말투

그렇게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떠나갔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호스트에게 연락하여 더 이상 이곳을 이용할 수 없으니 취소해 달라고 한 뒤에 짐을 싸서 나와버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날 밤 피곤해서 그냥 무시하고 잠을 자긴 했지만 만약 내가 여성이었다면 무서워서 잠 한숨도 못잤을텐데 (자고 일어나 보니까 남자인 나도 좀 무서웠음) 신변에 위협이 될 만한 사항이었다.

첫 사우디의 밤이 호러 무비가 될 뻔한 시간.. ㅜ.ㅜ

(나중에 한국에 와서 에어비앤비에 이 부분 의견을 전달하였고 2박 모두를 환불받았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갑자기 1박을 새로 구해야 해서 알아보던 중~ 에어비앤비는 일단 제외하고 일반 호텔은 뭔가 심심할 것 같고.. 근데 사우디 전통 캠프식?


오호라~ 텐트 밖은 중동이라도 한번 찍어볼까?

차도 렌트 했으니 한번 도전해야겠다.


아침 햇살에 비추는 모습이 마치 화성에 온 듯 하네 (가본적은 없지만)

아침 7시에 바로 짐을 꾸리고 나와서 오전 8시에 오픈하는 스벅에서 캠프 예약을 한 뒤

오전에는 미디안 살레, 오후에는 카페에서 끄적끄적 하면서 책도 보고 혼자만의 여유

오후 4시가 되면서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사우디 대표 포토 스폿인 "코끼리 바위"를 가보기로 했다.


입장료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고 바위 앞에 카페가 있었다.

여기는 얼마 전 TVn "지금 우리나라는" 사우디 편에도 나왔던 곳인데 주변으로 땅을 파서 사우디 스타일 소파를 두고 차를 마실 수 있게 하였다.


군대서 박격포로 제대한 나로서는 심히 포반 같이 생겨서 PTSD 올 뻔? 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어쩜 크기도 비슷하냐. 포탄 날라야 할 것 같음

카페에서 사우디 전통 스무디를 시켜 먹었는데 맛나네..


포반 같은 주변 말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다른 공간들도 많아서 너무 좋았다.

가족끼리 함께 왔다면 더 좋았겠지?

문득 혼자만의 여행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 곳을 함께 할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코끼리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알울라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어서 20여분 차를 타고 가보았다. 올라가는 경사가 살벌해서 후들후들

여기가 꾀나 유명했는지 하라트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었고 풍경이 그랜드 캐년처럼 웅장했다.

전망대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웰컴 투 알울라 하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망대에서 그랜드 캐년을 비교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이때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자연을 비교질 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고 작게 보일까?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는 말씀도 있지 않은가


오히려 저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알울라 마을과 오아시스 그리고 대추야자 농장 등을 보면서

이곳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구나

이 모든 시간들이 감사했다.

다시 알울라 구시가지로 갈까 하다가 캠프 숙소까지 차로도 약 30여분 걸리기도 하고 밤이라 바로 이동해 본다.

중동의 캠프 스타일은 어떤 곳일까?


캠프를 하는데 맥주 한잔이 당겨서 마트에 잠시 들러보았다.

사우디는 주류 반입 및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서 맥주가 있긴 해도 모두 논 알코올이다.

이런 깡촌 마을 마트에도 한국 라면은 어디에나 있었다. 근데 유별나게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

사우디 사람들도 매운 걸 좋아하나?

캠프에서 올만에 (겨우 2일 차이지만) 한국에서 챙겨 온 라면이나 먹어야지 ㅎㅎ


캠프 1박은 어떨까 호기심에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디안 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