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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로사 Jun 10. 2024

반짝이는 존재의 시간 03

그날은 장미축제를 보러 가는 길,

정말 날씨 자체가 선물 같이 느껴지던 날들에

계절의 축복까지 더해져, 가는 길 내내

우리들의 기분은 최고조에 이미 도달했어요.


눈이 부시게 밝은 날,

맑고 푸른 오월의 하늘을 그토록 올려다보며

들뜬 아이처럼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긴 세월 함께한 존재를 잃은 슬픔을 딛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삶이라면,

마땅히 좋은 선택이었어요.


생명에게 빛이라는 것은 중요한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예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요.



장미를 보러 간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가는 여정도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

살펴보며 걸었어요.


저 멀리서 눈부시게 빛을 내는 길가의 화단이 보여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다가갔어요.


”와! 정말 조화롭게 예쁘다! “

햇빛을 가득 받은 화단의 꽃들은

나무 그늘에 가리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나무 그늘에게 한낮의 태양빛의 보살핌,

비록 인공적인 화단이지만,

대지가 메말라버리지 않도록 생태계처럼,

큰 나무도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이었어요.



식물을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빛이 중요하다고 해서, 쉼 없는 직광을

하루종일 견딜 수는 없을 거예요.

그늘과 양지가 함께 빛나게 어우러진 낮고 소박한 화단.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 있지만,

한참을 멈춰서 영상을 담았어요.

빛과 색, 오밀조밀한 다양한 형태의 조화가

너무나 우주의 섭리를 함축한 피사체처럼 보였어요.


집안의 분위기에 낮게 흐르는

사랑하는 작은 생명체의 부재로 인한 슬픔도

어쩌면 지금 곁에 함께하는 이들과의

유한한 행복의 한계를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었고,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에,

한 발 더 앞으로 내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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