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러 가지 않을래?

혜미에게 쓰는 글

by 소록소록

혜미야 잘 지내니?

코로나와 함께 하고 있는 2020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혹시나 그 기운에 위축되어 네 예쁜 미소가 엷어지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했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너는 웃어서 반달처럼 변해버리는 착한 눈꼬리와 양쪽으로 앙증맞게 들어간 작은 보조개의 미소이지. 그 미소의 힘은 얼마나 끈질긴지 지금도 그 미소를 떠올리면 내 입꼬리도 함께 올라간단다. 여전하겠지? 우습게도 나의 청춘을 기억하는데 왜 너의 그 미소가 떠오르는 걸까.


지난주 내가 너를 떠올린 건 나의 젊은 글동무들과 만난 직후였어. 젊은 친구라는 말의 어감이 이상한가? 나는 그들을 나의 어린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어. 어리다고 하면 정말 어린이를 떠올리진 않겠지? 나이를 세는 숫자의 감각에 더 이상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나는 그들이 너무 풋어른은 아니지만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겪고 있는 청춘들이라고 생각해.


그들은 인생의 가장 다이나믹한 지점을 지나가면서 삶에 대한 고민과 사고의 깊이가 매일매일 눈부시게 성장하는 이들이지. 게다가 책 읽기의 소중함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줄 알며, 글쓰기라는 소중한 도구로 스스로를 성숙시킬 줄 아는 이들이야. 내가 이들에게 가장 부러워하는 점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날 것의 싱싱한 사고와 아이디어야. 그들의 글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내 마음을 사로잡게 만들지.


A는 이렇게 말했어. 하루하루 바쁜 일상으로 책 읽기를 잠시 잊고 지냈대.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들에 점점 무기력해지더래. 그런 마음 알지. 뭔가 내 안의 것이 조금씩 빠져나가 소진되는 느낌말이야. 난 그녀의 말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아 귀를 쫑긋거리고 들었어. 그런데 그녀가 조금 더 반짝하는 말투로 말했어. 짬을 내서 책을 잠깐 읽었는데 그 무기력이 마법처럼 사라지더라는 거야.

아! 그 순간 짜릿했어. 내가 알고 있던 그 느낌을 누군가가,이 파릇한 아름다운 청춘이 입으로 말해줄 때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좀 가라앉혀야 했지. 그녀는 알게 되었대.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조금씩 책을 읽어야겠다고. 그녀는 자신이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어느새 발견한 거야. 그리고 그 비밀을 우리에게 누설해 주었지. 그녀가 읽어준 그날의 글은 정세랑 작가의 글처럼 톡톡 튀는 생기 있는 그녀 다운 글이었어.


B는 이렇게 말했어. 얼마 전 글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의 글에 대한 냉철한 충고를 들었다고 했지. 놀랍게도 나는 그녀의 글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한결 더 성숙된 느낌이었지. 뭔가 자신의 세계를 조금 벗어난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녀에게 점점 더 넓은 세계와 언어가 다가오고 있구나 생각했지. 그녀의 고백에 의하면 그 변화는 선생님의 조언과 스스로의 성찰, 노력의 결과였다는 거였어. 새롭게 글을 쓰려면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녀는 새로워지기 위해 새로운 사고를 시작했을 거야. 새롭게 시작하는 그녀의 눈빛은 역시 열정과 기대로 가득했지. 그녀가 곧 가져다 줄 아름다운 단편이 기대가 돼.


C는 사실 그날 처음 만난 친구였어. 조용하게 앉아 인사하던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수줍게 숨기고 있는 것 같았어. 그녀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했지. 그날 그녀가 글로 알려준 이야기는 그녀의 날개에 대한 이야기였어. 그녀는 작고 가녀린 몸으로 퍼덕퍼덕 날아가는 날개의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거야. 놀라운 일이지 않니? 반전 있는 그녀의 매력에 나는 또 마음이 쿵 내려앉으려고 했어. 그녀는 바이크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고 있었어. 작은 바이크를 구입하고 버드라는 아름다운 이름도 지었지. 버드를 타기 위한 원동기 운전면허 시험의 경험을 글로 표현했어. 그녀의 고군분투하는 면허증 따기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그녀의 꿈이 숨겨진 글이었기에 나는 한없이 부러운 마음으로 경청했어. 결국 자신의 사랑하는 버드를 타고 곧 제주도를 일주할 계획이라고 말했어. 그녀가 버드를 이야기할 때 낮고 조용조용한 말투였지만 그 안엔 얼마나 은근하고 끈기 있는 열정이 숨어 있었는지 난 단번에 알아버렸지.


혜미야, 난 지금 이 이야기를 너에게 속사포랩처럼 종알종알 떠들며 이야기해주고 싶어.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에게 숨겨두었던 은밀한 열정을 생각나게 할 거라 믿게 되었어.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리워 청량리에서 밤기차를 탔던 날이 생각나. 새벽에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맞이한 동해의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해는 아름다웠지. 정신없이 아름다움을 느끼던 우리의 마음도 맑고 투명했을 거야.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큼 우린 보이지 않는 우리의 모호한 생각과 열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 그런 걸로 가득했던 때였으니까.


오랫동안 보지 못한 너의 몸과 마음이 그리워.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의 우리의 열정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도 꿈꾸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 나는 지금 여기서 나의 어린 스승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그들은 적절한 인생에 대한 경험과 그리고 아직도 잃지 않은 본능적인 감각, 그리고 매일 갈고닦는 아름다운 열정이 함께 있는 놀라운 존재들이야. 나는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 그리고 그 옆에서 나도 함께 꿈꾸고 있어.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나는 너에게 그 꿈을 말하고 싶어. 그리고 네가 꿈꾸는 세상도 어떨지 떨리는 마음으로 듣고 싶어. 그날 너와 함께 속초에서 만났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싶다.


오늘도 그 마음 잃지 않고 현실의 고단함에 지지 않는 하루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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