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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록소록 Jul 02. 2020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개 이야기>

지난 4월 칠레 태생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 19 감염으로 별세했다. 자연과 지구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작가의 행보를 생각해 보면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훼손이 원인이 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은 가슴 아프고도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그가 줄곧 주장해 온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탐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경고했던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의 책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는 동화 형식의 짧고 분명한 이야기이지만 주는 울림은 묵직하다. 그가 말하고자 한 교훈이 감동적인 개의 시선으로 절절하게 표현된다. 인간이 두려움으로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으며 고민 없이 얼마나 오만하게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는 경고한다.


인간이 갖는 두려움의 냄새를 맡는 개가 있다. 독일 셰퍼드 종의 개는 우연인지 필연일지 모를 힘으로 마푸체족의 가족이 된다. 마푸체족은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사는 칠레 깊은 산속의 원주민들이다. 그들은 개에게 그들의 언어로 충직하다는 뜻을 지닌 아프마우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의 이름은 개에게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한 것 같다. 아프마우는 자신과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 친구 아우카만과 함께 마푸체족의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배우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낯선 외지인이 침입했다. 그들이 살던 터전을 뺏아 농장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그들의 잔인함을 드러냈다. 마푸체족은 쫓겨나고 아푸마우는 침입자의 쇠사슬에 묶여 그들의 소유가 된다. 아프마우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그저 그들에게 개라고 불리며 춥고 배고픈 하루하루 속에  날카로운 채찍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인간들의 두려움, 절망의 지독한 냄새를 알게 된다. 그들의 자연에 대한 무례함과 오만함도 아프마우는 낱낱이 묘사한다.


침입자는 개에게 그들의 총을 맞고 달아난 인디오를 쫒으라는 임무를 준다. 그가 맡은 인디오의 냄새는 개가 소중히 생각한 그리운 친구의 냄새였다. 본능적을 그를 살리기 위해 그 냄새에서 더 먼 곳으로 달린다. 미치도록 그리운 그 냄새를 지켜야 한다. 개를 믿고 따르는 인간들을 더 멀리 유도하기 위해 차가운 강을 건너고 그들을 지치게 만든다. 충직하다는 뜻의 그의 이름과 행동은 어느새 하나가 된다.


개는 인간들을 따돌리고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친구 아우카만을 향해 달려간다. 어느새 훌쩍 자란 친구 아우카만은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아프마우를 바로 알아본다. 그들은 서로 껴안으며 대지의 언어로 소통한다

"너를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 아프마우. 그리고 언젠가 내게 돌아올 줄 알았어."

그들은 아름다운 지구의 같은 생명체의 존재로 서로를 느낀다. 인간의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다. 그 순간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을까. 인간의 탐욕에 의해 잃어가는 것들을 모른척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개는 냄새로 자각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고 살려고 하는 인간들에게서 얼마나 지독한 두려움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절망의 냄새와 아둔함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익숙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알지 못한 채 어떤 냄새에 갇혀 있을까. 아프마우의 표현대로 탐욕과 불안과 두려움과 절망의 냄새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우리와 함께 하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매 순간 잊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고통받는 환경에 외면하고 오직 인간만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불편해진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아프마우와 원주민의 우정과 신뢰의 이야기로 이렇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내는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에게도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그의 삶이 오직 하나의 뚜렷한 메시지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도 그의 죽음이 예언 같은 경고의 결말로 이어졌다는 것이 놀랍다. 읽고 감동하고 또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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