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에 힘입어 전량 소진되었습니다

by 소록소록

별다방에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가게 된다. 산책길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해오기도 하고 가끔씩 조용한 시간에 가서 글을 쓰기도 하며, 또 지인과 함께 소음 속에서 수다를 떨러 가기도 한다. 진정한 커피 애호자는 별다방의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샷을 추가한 진한 별다방의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매년 별다방에선 여름에 e 프리퀀시라는 쿠폰 모으기를 해서 소비자들에게 앙증맞은 여름 소품을 사은품으로 제시한다. 이번엔 작은 아이스박스와 캠핑용 램프였는데 음... 그냥 넘기기는 좀 이쁘다. 아메리카노만 즐겨마시는 내게 여름 음료 세잔을 마셔야만 이벤트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달다구리 음료를 마셔야 가능한 일이다. 매해 그냥 넘길까 하다가 지금껏 내가 마셔온 아메리카노의 횟수만을 볼 때 매력적인 사은품을 받지 않고 넘기기엔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결국 달고 비싼 음료를 사게 된다.



이번 해에도 그랬다. 아이스 쿨러를 선물로 받으면 차에 두고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쿠폰 도장을 다 찍고 증정품 예약 사이트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화사한 핑크 쿨러는 솔드 아웃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초록 쿨러 역시 수량이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별다방 매장에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예약 가능한 시간 아침 7시 이전에 접속을 해서 광클릭을 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의지를 불태우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 여섯시 사십분에 알람을 켜두었다. 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으로 일어났는데 음... 내가 왜 알람을 맞추고 잤더라 잠시 잊었다. 오늘 아들 학교 가는 날이 아닌데 알람을 잘못 맞추었구나 다시 끄고 잠들었다. 실패!



다음날엔 마음을 가다듬고 알람에 제목까지 달아두고 잠들었다. 여섯시 오십분에 일어나 별다방 앱으로 들어갔다. 일곱시 전인데도 대기자 접속수가 몇 만 명이다. 아! 이걸 받기 위해 이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새벽부터 씁쓸해진다. 일곱시가 넘어 겨우 접속은 되었지만 내 광클릭은 어림도 없었다. 수량 소진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다음날은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안 되는 걸 되게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기도 하고 오기도 생긴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접속! 대기자 2341명! 끈기 있게 기다려 어제보다 빠른 광클릭을 눌렀다. 다행히 옆 동네 제품이 5개 남아있다는 정보가 뜬다. 옆 동네? 1초를 망설이고 예약을 눌렀는데 그 1초 차이로 예약이 끝났다는 문자가 뜬다. 허허... 허탈한 웃음밖에 남지 않는다.



이게 뭔가. 사은품을 준다는 것은 그들이 약속한 음료를 마신 후엔 그냥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었는가. 그 후에 아침잠을 설쳐가며 광클릭을 해야 하고 또 안 되면 이런 씁쓸하고 더러운 기분을 맛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건 아니지 않았나. 그들은 단지 음료만 다 마시면 앙증맞은 상품을 기쁜 마음으로 주겠다고 사은품의 매력을 광고하고 있었는데 그 이면엔 이런 구질구질한 노력을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일이라는 걸 숨기고 있었던 거다.



솔드아웃이라고 새겨둔 글조차 웃긴다. 솔드 아웃이란 구매자 물건을 사고자 할 때 그 물건이 다 팔리고 없다는 것을 알리는 말일 텐데 이건 구매자가 아니라 별다방 측에서 조건부로 제공하겠다고 제시한 물품이 이제 없다고 배 째라 식으로 공지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솔드아웃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용어인가. 고객의 성원에 힘입어 전량 소진되었다고 자랑스럽게 공지하는 것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서 소비자에게 물건을 줄 수 없는 사태에 일말의 사과의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그에 해당하는 소비를 한 구매자에 대한 불합리한 태도이다.



물론 쿨러 대신 램프를 받아 가는 선택의 사항도 있긴 하다. 별다방의 사은품은 언제나 매력적인 것 하나, 그렇지 못한 것 하나로 구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캠핑을 즐기지 않는 이라면 그 램프가 어디에 사용될 것인가. 매력적인 사은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은근히 숨긴 채 신나게 음료를 팔아댄 별다방의 양심이 의심스럽고 그에 함께 장단을 맞춰준 나 역시 부끄러워진다.



화가 난 마음을 진정시키고 별다방의 고객센터에 항의성 문의 글을 남겼다. 사은품 증정을 미끼로 음료를 팔아두고 사은품이 솔드 아웃 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수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들의 잘못을 우리 소비자로 하여금 새벽잠을 설쳐가며 사은 품 받기 광클릭 노동을 시키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라고 따졌지만... 물론 허공에 소리 지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박또박 글을 남겼다. 답변이 왔다. 앱 공지에 나온 안내글 그대로이다. 순차적 지급을 위해 아침 7시부터 예약 가능하다는 공손하지만 하나마나 한 답변이다. 거대한 기업 아래에 고객센터에서 의무적으로 답변 글을 달고 있을 한 명의 나약한 직원의 얼굴을 떠올리니 마음이 더 무겁다. 소비자가 무서운 것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학생 때 소비자 심리학이라는 강의가 있었다. 강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기업 경영에서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소비자의 심리를 예측하는 강의였던 것 같다. 지금도 꽤 잘나가는 학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소비자의 구매습관에 대해 연구하고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효율적인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소비자의 이런 억울한 마음까지 이미 다 꿰뚫어본 채 여유 있는 미소를 날리며 다음 해의 매력적인 사은품을 계획하고 있을 거대 별다방의 마케팅 부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알뜰히 다 모은 e 프리퀀시 쿠폰!

이래도 꾸역꾸역 사은품을 받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보란 듯이 날려야 하나.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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