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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Feb 03. 2021

마약과도 같은 '불안을 동반한 두근거림'

희망은 또다시 이어진다

"아무래도 나 코로나 블루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진짜 그런가 봐!"


작년 말 단톡 방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무심코 말을 던졌다. 내가 던진 말에 내가 설득이 됐다. 마치 몰랐던 일을 처음 안 것인 양.... 동시대의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다. "코로나 블루"


2020이라는 반복성 있고 딱 떨어지는 예쁜 숫자에 왠지 느낌이 좋다며 의미 부여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은 2020년.... 사실 난 작년 연초에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내 인생의 남은 절반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며 불안하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로 코 앞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하지 못한 채 교육 과정도 무리해서 2개나 수강 신청해둔 상태였다. 이 과정을 끝낸 후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며 마약과도 같은 '불안을 동반한 두근거림'을 또 한 번 내 인생에 추가하려던 참이었다. 물론 그 두근거림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지만.... 


'코로나 블루'.... 누구에게 들이밀어도 설득력 있는 꽤나 그럴듯한 이유다. 지리적 혹은 사회적 위치에 관계없이 동시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이니까. 무언가를 동일하게 공유한다는 건 내 평생에 없는 일이었다. 좋은 경험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반대다.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 과거 홍대 클럽 공연 영상을 보게 됐다. 낯선 사람들과 따닥따닥 붙어 방방 뛰며 밴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모습에 갑자기 울컥했다. 당황스럽게도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일 년이 다 되어가니 이미 익숙해졌고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까지 누렸던 낯설기까지 한 일상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 거다. 나를 더 슬프게 했던 건 불과 1-2년 전 일상의 모습들이 이제는 너무 아득하게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그리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화면이나 사진으로 접할 때 갑자기 낯설다. 그리고 낯섦을 느끼는 지금 상황이 또한 낯설다.  


어쩌면 익숙해진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익숙해지려고, 무덤덤해지려고 노력한 거였는지도 모른다. 별 일 없었던 듯 살아가다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울컥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언제나 그렇듯 이어진다. 현실을 살아내야 하고... 그러려면 희망을 가져야 하고... 다시금 새로운 도전 앞에 두근거림을 추가해야 한다.


2020년은 모두에게 버티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마음 한구석에 고이 모셔둔 채 우선 올 한 해를 잘 넘겨보자는 마음이 컸던 한 해였다. 아직은 그 마음이 2021년에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고이 모셔둔 막연한 희망이 정말 막연함만은 아닐 거라는 또 다른 기대를 품게 된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일 뿐이라고 새해에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는 나이지만 올해만큼은 2021년에 의도적으로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정말 올 한 해가 우리 모두에게 작년보다 나은 한 해가 된다면 뭔들 못할까?


다시 새해가 시작됐다....그리고 난 다시 마약과도 같은 '불안을 동반한 두근거림'을 내 인생에 추가하려고 한다. 다음 도전을 이어가야 하니까...


**타이틀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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