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거기서 거기. 점점 늘어나는 폰 교체주기
처음 휴대폰이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휴대폰은 단순한 전화를 위한 기기가 아니었다. 설령 그 당시 휴대폰이란 것은 말 그대로 전화만 가능했었지만, 그 의미에는 더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고가의 물건인 휴대폰이라는 것은 부의 상징 그 자체였고, 한때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공중전화에서 줄을 서있을 때 옆에서 누가 시티폰을 쓰는 게 신기했던 시절이 있던 반면, 2018년, 지금은 휴대폰이라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그 누구나 소유하는 기기가 되었다.
휴대폰은 여태까지 꽤나 많은 혁신을 거쳐왔는데, 일명 벽돌만 한 사이즈를 자랑하는 벽돌폰으로부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베젤 레스 스마트폰이 오기까지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혁신은 처음에 휴대폰이 부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처음에는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이었고 이후 대중화를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휴대폰의 부의 상징 이미지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사라졌고, 저렴해졌다.
오늘날 스마트폰들의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 전 스마트폰과 최신 스마트폰의 차이를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초기에는 휴대폰 그 자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다면, 스마트폰 출시 초기에는 어떠한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그 사람의 자산 그리고 첫인상을 결정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가의 스마트폰을 대중화한 1등 공신은 안드로이드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 스마트폰이 보급됐던 시절에 블랙베리와 아이폰은 부자들이 사용하는 기기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에 반하여(특히 블랙베리는 잘 나가는 사업가가 쓰는 기기라는 느낌이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폰과 블랙베리보다 저렴한 폰을 위주로 판매했기에 비교적 저렴한 이미지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스마트폰은 매년 혁신과 발전을 거듭하여 소소하면서도 필수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실제로 오늘날의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러한 혁신이 쌓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의 가격은 다시 저렴해졌고, 대중화에 성공했다.
우리가 처음 벽돌폰에서 폴더폰으로 이동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더 이상 사회적 우월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OS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크게 애플과 안드로이드로 보면 된다. 사실상 이 둘을 제외하면 외관상의 차이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일 것이고, 최근엔 애플과 안드로이드 조차 외관상 비슷하게 생겨서 휴대폰이 큰 관심이 없다면 이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기조차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폰 X과 아이폰 XS의 차이점을 말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고, 놀랍게도 대부분은 이 아이폰 XS의 명칭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iPhone XS의 정식 명칭은 iPhone 10S이다- X은 로먼 넘버의 10)
물론 아직도 매년 출시되는 휴대폰을 손꼽아 기다리고, 구매하려고 몇 날 몇 밤을 꼬박 새워 줄을 서는 Tech Enthusiasts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지금의 높은 가격표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부여할만한 기기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명품을 비롯한 럭셔리의 상징도 아니거니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기 위한 기기도 아니게 되었다.
물론 이와 같은 이유가 스마트폰을 더 이상 교체하고 싶지 않은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사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의 가장 큰 문제는 점진적 혁신의 부재라는 것인데, 또 이런 말을 언급하면 "아니! 뭔 놈의 혁신을 허구한 날마다 찾아!!"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 뻔히 보이기에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매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번에 뭔가 엄청난 것이 나올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조끔 개선된 카메라 수준에서 끝이다.
필자가 비즈니스 과목을 준비할 때 가장 처음에 들었던 단어가 "Product differentiation" 이였다. 마케팅 그리고 경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로 꼽히는 Product differentiation은 상품 차별화를 의미한다. '경쟁사의 제품과 차별점을 두어 소비자에게 구매할 이유를 제시한다' 수준으로만 알고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된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차별점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필자의 대답은 부정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인 폼팩터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거기서 거기인 수준의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중국의 이미지가 좋아져서 일까? 전혀 아니다. 2010년 당시, 중국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애플과 삼성을 비롯한 유명 브랜드 기기에 뒤쳐졌다. 근데 오늘날 중국 스마트폰은 더 이상 삼성과 애플에서 출시한 기기와 비교해서 하드웨어적으로 뒤처지지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바로 '스마트폰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
물론 오늘날의 스마트폰도 차별화는 존재한다. 그게 의미 있는 차별화냐고 물어본다면 또 다른 대답이겠지만, 어쨌든 차별화는 존재한다. 얼마 전 애플의 아이패드가 웬만한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었다는 기사를 들었고, 다음 세대의 아이폰도 이 성능을 금방 돌파할 것이다. 다만, 결정적으로 유저는 예전처럼 엄청난 성능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당장 아이폰 XS와 아이폰 X을 가져다주고 어떤 게 더 성능이 좋은 것 같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성능의 개선은 예전보다 훨씬 늘었지만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이유에서 인데, 애초에 작년에 나온 성능이나 올해에 개선된 성능이나 이미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것을 고려할때, 과연 2년주기로 폰을 바꾸는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