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의 의미에 대해서
어제는 친구 집에 집들이를 갔다 왔습니다. 아파트 분양이 당첨이 되고 3년을 기다려 입주한 아파트입니다. 그러고 보니 새집으로 이사했다고 집들이를 간 건 처음인 거 같네요. 사실 처음 집들이 약속을 잡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집들이 선물로 뭘 사 가야하나 고민했고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휴지만 사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휴지와 친구 와이프에게 줄 돈을 조금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렇게 이쁜 봉투에 신사임당 몇 장을 이쁘게 넣어 방문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온통 광고판이 붙어 있더군요.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밖에 대기하고 있어도 엘리베이터 안에 CCTV가 보여 사람들 안전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새 아파트 티가 팍팍 났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집 구경을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새 아파트로 가면서 가구를 싹 바꿨더군요. 소파도 바꾸고 식탁도 멋있는 걸로 바꿨습니다. TV도 커서 엄청나게 깔끔했습니다. 소파에 앉아 봤을 때 그 안락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친구 집에서 준비해준 음식이었습니다. 3시간 동안 익힌 돼지고기와 파스타. 그리고 그 비싼 가리비 무침을 준비해줬습니다. 진수성찬도 이런 진수성찬이 없었습니다. 조선시대 임금님이 다시 태어나셔도 이런 음식은 대접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6시부터 시작된 집들이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11시까지 이어졌습니다. 같이 정리도 못해주고 와서 마음이 좀 아쉽습니다.
아침에 잠이 깨 어제를 뒤돌아보며 집들이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군요. 저는 사실 이 번 집들이를 통해 굉장히 행복한 추억을 얻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정성 들여 차린 음식 앞에서 크게 웃고 떠들며 함께한 시간이 그 어떤 자리보다도 행복했습니다. 이 집들이를 마치고 이 집을 나가는 순간 마치 내 앞 길에도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동시에 이 친구의 가족이 앞으로 참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함께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준비한 돈봉투에 적어줬습니다. '앞으로 이 새 집에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라고요. 적으면서도 조금 오버했나? 생각했는데 집들이가 끝나고 나니 적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들이는 단순히 그 집에 가서 음식 먹고 집들이 선물 주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집들이를 가는 방문자는 그 가족이 그 집에서 잘 살고 좋은 일이 있기만을 축언 해주기 위함과 동시에 사실 방문자들도 그 새 아파트와 새 가구 좋은 음식에 좋은 기운을 받아 가는 게 아닌가를 생각을 했습니다. 반대로 초대를 하는 집주인은 방문자들이 집들이를 하는 시간 동안 행복하게 먹고 떠들며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완벽한 집들이를 준비해준 친구 가족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이 감사한 마음으로 저 또한 열심히 살고 이 친구 가족들이 모두 잘 되기를 기원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