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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Nov 06. 2022

임차인을 참 구하기 어렵습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오늘은 부모님 집에 전세 임차인이 너무 안 구해져 부동산에를 좀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내놓은 부동산 두 군데에 방문했고, 현재 전세 시장 분위기와 이 동네에 집을 좀 보러 오는 사람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온 김에 집도 한 번 청소하고요.


그런데,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더군요.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요즘 어떠냐고 물으니 그냥 나와서 앉아있기만 한다고 하시더군요. 본인도 계약은 정말 해주고 싶은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찾아와야 본인도 뭘 어떻게 해주지 하며 신세한탄을 하시더군요. 한숨만 푹푹 쉬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전화 세 통이 왔는데 모두 내 집 전세 좀 빼 달라는 전화였다고 합니다. 네 번째는 손님이 직접 찾아왔는데 그게 전세 좀 빼 달라고 부탁하러 찾아온 저였고요.



전세 물건을 내놓은 지 8개월 정도 되는데 아직도 임차인이 안 구해지는 건 저 또한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나 안 구해질 일인가? 싶었습니다. 소장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더군요.


첫째, 이 동네에서 돌던 수요가 사라졌다.

보통은 동네에서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그리고 큰 평수에서 작은 평수로 이동하는 수요들이 있습니다. 작은 평수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애를 낳아서 더 큰 집이 필요하면 큰 집으로 이동하겠지요. 그리고 큰 평수에 살던 사람들은 만약 전세가가 오르면 조금 더 전세가가 낮은 곳을 찾아서 이동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수요가 싹 사라졌다는 겁니다. 전세가를 낮춰서 재계약할 수 있으니, 굳이 이사를 할 이유를 못 찾은 거지요.


둘째,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 수요를 다 잡아먹고 있다.

최근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아파트의 차량으로 3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인근 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이 있었습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확실히 그 신축 아파트가 입주할 때는 이 동네에 전세를 찾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즉, 주변에 입주장을 맞이한 새 아파트들에서 전세수요가 충당되면서 이 동네로 흘러오는 전세 에너지가 끊겨버린거죠. 투자를 할 때도 내가 전세를 맞춰야 하는 시점에 주변 아파트 공급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집이 안 팔려 어디로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가 없다.

최근 집이  팔린다는 곡소리가 가득합니다. 맞습니다. 집이 팔려야 어디 딴데로 이사도 가고  텐데 집이 팔리지 않아 모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자리에서 얼음으로 멈춰버린겁니다.


넷째,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상생임대인 제도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전세가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들에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1년으로 줄여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웬만해서는 전세가를 올리지 않고 비과세 혜택을 위해 현 전세가로 제시해 전세 연장을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임차인들은 전세금도 오르지 않는데 굳이 복비, 이사비를 주면서 옮기려고 하지 않겠죠.


다양한 이유들로 집이 나가지 않고 있지만, 좋은 임차인이 와주시길 하는 마음으로 집을 한 번 대청소했습니다. 집이 탑층이라 그런지 벌 세 마리도 어디서 들어왔는지 나가지 못해 죽어있더군요. 화장실 물도 한 번씩 내려주고 이제 곧 겨울이라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 방문들도 꼼꼼히 닫아줬습니다. 조만간 전세입자가 구해져서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도 제 마음도 편해지면 좋겠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찾아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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