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오늘은 부모님 집에 전세 임차인이 너무 안 구해져 부동산에를 좀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내놓은 부동산 두 군데에 방문했고, 현재 전세 시장 분위기와 이 동네에 집을 좀 보러 오는 사람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온 김에 집도 한 번 청소하고요.
그런데,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더군요.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요즘 어떠냐고 물으니 그냥 나와서 앉아있기만 한다고 하시더군요. 본인도 계약은 정말 해주고 싶은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찾아와야 본인도 뭘 어떻게 해주지 하며 신세한탄을 하시더군요. 한숨만 푹푹 쉬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전화 세 통이 왔는데 모두 내 집 전세 좀 빼 달라는 전화였다고 합니다. 네 번째는 손님이 직접 찾아왔는데 그게 전세 좀 빼 달라고 부탁하러 찾아온 저였고요.
전세 물건을 내놓은 지 8개월 정도 되는데 아직도 임차인이 안 구해지는 건 저 또한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나 안 구해질 일인가? 싶었습니다. 소장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더군요.
첫째, 이 동네에서 돌던 수요가 사라졌다.
보통은 동네에서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그리고 큰 평수에서 작은 평수로 이동하는 수요들이 있습니다. 작은 평수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애를 낳아서 더 큰 집이 필요하면 큰 집으로 이동하겠지요. 그리고 큰 평수에 살던 사람들은 만약 전세가가 오르면 조금 더 전세가가 낮은 곳을 찾아서 이동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수요가 싹 사라졌다는 겁니다. 전세가를 낮춰서 재계약할 수 있으니, 굳이 이사를 할 이유를 못 찾은 거지요.
둘째,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 수요를 다 잡아먹고 있다.
최근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아파트의 차량으로 3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인근 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이 있었습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확실히 그 신축 아파트가 입주할 때는 이 동네에 전세를 찾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즉, 주변에 입주장을 맞이한 새 아파트들에서 전세수요가 충당되면서 이 동네로 흘러오는 전세 에너지가 끊겨버린거죠. 투자를 할 때도 내가 전세를 맞춰야 하는 시점에 주변 아파트 공급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집이 안 팔려 어디로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가 없다.
최근 집이 안 팔린다는 곡소리가 가득합니다. 맞습니다. 집이 팔려야 어디 딴데로 이사도 가고 할 텐데 집이 팔리지 않아 모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자리에서 얼음으로 멈춰버린겁니다.
넷째,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상생임대인 제도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전세가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들에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1년으로 줄여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웬만해서는 전세가를 올리지 않고 비과세 혜택을 위해 현 전세가로 제시해 전세 연장을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임차인들은 전세금도 오르지 않는데 굳이 복비, 이사비를 주면서 옮기려고 하지 않겠죠.
다양한 이유들로 집이 나가지 않고 있지만, 좋은 임차인이 와주시길 하는 마음으로 집을 한 번 대청소했습니다. 집이 탑층이라 그런지 벌 세 마리도 어디서 들어왔는지 나가지 못해 죽어있더군요. 화장실 물도 한 번씩 내려주고 이제 곧 겨울이라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 방문들도 꼼꼼히 닫아줬습니다. 조만간 전세입자가 구해져서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도 제 마음도 편해지면 좋겠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찾아오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