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의 기본은 빈 잔이 있으면 따라주는 거고, 그리고 누군가 내 잔에 따라줬다면 나도 그 사람에게 잔을 따라주는 겁니다.
어제는 제가 테이블에 있는 직장동료 여섯 명에게 잔을 따라줬는데요. 그러면 다음 순서는 제 잔입니다. 당연히 옆에 있거나 앞에 있는 사람은 제 빈 잔을 보고 여섯 잔을 다 따르고 소주병을 거둘 때 제가 들고 있는 소주병을 낚아채 저에게 따라 주는 게 기본입니다.
저는 그렇게 합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소주잔을 쭉 따르고 나서 본인이 받아야 할 타이밍을 보고 있다가 소주병을 바로 낚아채 그분께 따라 줍니다. 만약에 그 타이밍을 놓치면 스스로 내 잔을 채우거나 누군가 따라주지 않을까 허망하게 기다리며 오갈 곳 모르는 내 손만 바라볼 경우가 있는데요. 이 얼마나 민망한 일입니까. 사실, 이런 타이밍조차 잡지 못 한 사람이라면 회사생활 주도의 기본도 못 갖춘 겁니다.
하지만, 이런 주도. 사실 꼭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직장생활 그냥 대충 하고 별로 관심받고 싶지 않고 잘 보이고 싶지도 않고 나는 월급만 받으면서 일하련다 하는 사람은 이런 주도 쓸모없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말이죠. 결국 주도 또한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건 디테일이 가릅니다. 이런 기본적인 주도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바꿉니다. 그리고 이 주도 하나로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잘 나가는 임원분에게 잘 보여 승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던가 아니면 주요 직책에 배치돼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던가. 그런 것들 말이죠.
주도란, 나는 당신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와 같습니다. 당신이 내 앞에 있고 잔이 비어 있기에 따라준다. 당신의 비어 있는 잔이 아니라 비어 있는 잔을 가지고 있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 따라준다. 이게 주도의 기본입니다. 받기만 하고 주는 방법은 모르는 직장동료는 오래 관계할 필요 없습니다.